매거진 글밭

원고를 읽어봐준 교수

안도했다

by 김세중

원고를 봐달라고 부탁했던 이 중에서 두 번째 사람을 만났다. 그는 A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우리나라 기본법의 문장이 낡고 오류투성임을 질타한 책이니 국어학자에게 봐달라고 한 것은 당연했다. 혹시 문법 설명에 잘못된 것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별다른 지적은 없었다.


안도하면서 내심 궁금했던 두 가지를 그에게 물었다. 원고에서 '보어(補語)'라는 말을 두 가지 의미로 섞어서 썼는데 괜찮겠느냐는 것과 '맞다'가 국어사전에 동사로만 돼 있는데 형용사로 사용한 것이 어떻냐는 것이었다. '보어'를 두 가지로 쓴 것에 대해서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그는 답했고 '맞다'를 형용사로 사용한 것도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내 생각과 일치해서 다행이었다.


보어는 학교문법에서는 좁은 의미로만 쓴다. "나는 군인이 되었다."에서 '군인이', "그는 바보가 아니다."에서 '바보가'가 학교문법에서 말하는 좁은 의미의 보어다. 그러나 보어는 넓은 의미로도 쓰인다. 동사가 필요로 하는 성분은 죄다 보어인 것이다. 후자의 보어에 대해서 일부 국어학자들은 '보충어', '보족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지만 그런 생소한 용어를 대중을 위한 책에서 쓴다면 독자를 당혹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냥 '보어'를 쓰기로 한 것이다. 넓은 의미의 보어에는 학교문법의 보어는 물론이고 목적어도 포함된다. 그리고 기타 다양한 성분이 보어에 들어온다. 독자들 중에는 혼란을 느끼는 이도 있겠으나 달리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인다.


'맞다'가 국어사전에 동사로만 돼 있는데 형용사로 쓴 것에 대해서도 그는 동의를 표했다. '맞다'가 국어사전에 동사로만 돼 있는 것은 단단히 문제 있다. 사람들은 언어생활 속에서 '맞다', '틀리다'를 흔히 형용사로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맞다, 틀리다'를 분명히 밝히시오."라는 문장이 이상한가. 이 문장이 정상이라면 '맞다', '틀리다'는 형용사이다. 형용사로 썼다. 이 문장이 잘못된 문장이라면 "'다, 틀다'를 분명히 밝히시오."라고 해야만 된다. 그러나 "맞다, 틀리다를 분명히 밝히시오."라고 하지 "맞는다, 틀린다를 분명히 밝히시오."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제 원고 읽어봐주기를 부탁한 한 사람의 평만 기다리고 있다. 그는 젊은 변호사다. 법률가의 관점에서 의견을 낼 것이다. 원고가 거의 마무리돼 가고 있다. 남은 것은 편집이다. 예쁘게 편집하는 게 여간 중요하지 않다.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하니까. 차츰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국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