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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제목

문제는 사사오입보다 '종신 대통령' 길을 연 개헌이었다니!

by 김세중

한 유력 신문이 연재하고 있는 기획 기사의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목은 "문제는 사사오입보다 '종신 대통령' 길을 연 개헌이었다"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목을 뽑은 기자는 사사오입 개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사사오입 개헌은 1954년 11월에 있었다.


그때의 개헌은 제헌 이래 두 번째였다. 그 2년 전인 1952년의 개헌은 대통령 선거를 국회 간선에서 국민 직선으로 바꾸는 개헌이었고 1954년 11월의 개헌은 대통령의 중임 제한을 초대 대통령에 대해서만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부칙에! 말하자면 초대 대통령에 한해 종신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표결 결과 찬성 135표, 반대 60표, 기권 7표가 나왔다. 재적의원이 203명이어서 2/3는 135.33…명이었는데 135표가 찬성이었으므로 개헌안은 부결되었다. 부의장이 부결을 선포했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국회가 열려 0.33...은 버려지는 것이니 135표로 가결이라고 번복했다. 전날 부결되었던 개헌안은 다음날 가결로 바뀌었고 이로써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중임 제한 없이 종신 대통령이 보장되었다. 이게 사사오입 개헌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사오입보다 '종신 대통령' 길을 연 개헌이었다"니! '종신 대통령' 길을 연 개헌이라는 '목표'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방법'이 사사오입이었을 뿐인데 마치 사사오입종신 대통령의 길을 연 개헌은 전혀 다른 문제인 양 제목을 달았다. 어찌 이상하지 않나. '종신 대통령'의 길을 연 개헌이라는 무지막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사사오입이라는 해괴한 억지 방법을 썼다. 양자는 목적과 방법의 관계에 있을 뿐 같은 사안이다. 신문이 참 이상하게 제목을 뽑았다. 기자가 역사를 너무 모른다.


h_9j1Ud018svc1g8yqc9l03tvw_hgt0e.jpg 너무 당연한 제목도 제목으로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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