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의 의미가 달라졌나
누구든 일류임을 자랑하고 싶다. 한 신문은 일류신문임을 자부한다. 그런 신문의 주필이 쓴 칼럼에 띄어쓰기가 틀렸다. '짐의 무게를 어느 정도로 느끼고 있는 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했다. '있는 지'라고 쓴 것이다. 당연히 '있는지'가 맞다. 왜 띄어쓰는가?
이 신문은 어떤 면을 아예 신문은 선생님이라고 한다. 위 칼럼이 나왔던 12월 7일에는 A18면이 신문은 선생님 면이었다.
선생님이면 선생님답게 모범적으로 바르게 지면을 제작해야 한다. 더구나 신문사의 수많은 기자들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주필의 칼럼에 떡하니 띄어쓰기가 잘못되었다. 교열도 하지 않나? 아니면 교열은 하는데 주필의 글은 감히 손댈 수 없는 성역 같은 거라서 그냥 두었나? 왜 이런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다른 한 신문에는 더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 비례대표인 김홍걸 의원이 내년 선거에서 서울 강서갑에 출마하겠다고 한다. 이를 보도하는 기사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마포을 지역구'라고 했다.
생가의 뜻이 달라졌나? 내가 아는 생가는 어떤 '사람이 태어난 집'이다. 그런데 이 기사의 생가는 어떤 '사람이 사는 집 또는 살던 집'이란 뜻이다. 어찌 헷갈리지 않나. 혼란을 느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라남도 신안군에 있는 섬 하의도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난 거길 가 본 적이 있다. 서울에서는 마포구 동교동에서 오래 살았다. 그의 생가는 어디에 있는가.
신문이 독자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신문이 예전의 신문이 아니다. 8면, 12면이었어도 온 국민의 눈이 신문에 쏠렸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수십 면을 내지만 공중파 방송에도 밀렸고 종편이다 유튜브다 온갖 새 매체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럴수록 신문은 양질의 기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욱 외면받고 도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