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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Dec 14. 2023

한 순간도 발전을 쉰 적이 없다

그러나 법만은 다르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에서 아주 흥미로운 칼럼을 읽었다. 에릭 존이라는 이가 쓴 '서울생활 50년… 드디어 명예시민이 됐다'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그는 미국인 기업가인데 원래 외교관이었다. 서울에 온 지 50년이 지나 드디어 명예시민증을 받았다는데 칼럼은 지난 세월 서울에 살면서 느낀 소감을 담았다. 발전에 감동했으며 아쉬운 점 또한 없지 않다고 했다. 나는 왜 이 칼럼에 강한 흥미를 느꼈나. 다음 이 대목 때문이었다.


... 역대 서울시장들이 각자의 방식에 따라 서울시를 발전시켜 왔다. 발전 방향에 대한 찬반이 있을 수도 있으나, 서울시는 한 번도 발전을 쉰 적이 없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나도 에릭 존 이상으로 서울에 살았지만 그의 얘기처럼 서울의 발전상을 목도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디 서울뿐이겠는가. 대한민국이 지난 세월 한 순간도 발전을 쉬지 않고 여기까지 이르렀다. 나 어렸을 때 한국은 당연히 후진국이요 개발도상국이었다. 태어나기 전인 1950년대는 보릿고개로 상징되는 극빈국이었고.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했고 80년대에는 호황에다 서울올림픽까지 치러냈다. 1996년에는 OECD에 가입됐다.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라고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이다.


이렇게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발전해온 한국이지만 요지부동 변하지 않은 게 있다. 국가를 지탱하는 기본법인 민법, 형법, 상법의 언어이다. 1953년에 제정된 형법, 1958년에 제정된 민법, 1962년에 제정된 상법은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지금도 그대로다(물론 수십 차례 개정됐지만 개정된 조항만 바뀌었을 뿐 개정되지 않은 조항은 그대로라는 뜻이다). 제정 당시 한자투성이인 법조문에 띄어쓰기도 하지 않고 마침표도 찍지 않은 법조문을 개정하지 않고 지금도 그대로 두고 있다. 국민 편의를 위해 법 개정 없이 슬그머니 한글로 바꾸고 띄어쓰기도 하고 마침표를 찍어서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사회 모든 분야가 눈부시게 후진성을 벗고 현대화를 이루었는데 국가를 유지하는 틀인 법률만은 왜 이리 완강하게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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