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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씰

왜 멀쩡히 있는 소리를 못 쓰게 하나

by 김세중

한 신문기사에서 크리스마스 씰을 보고 남다른 생각이 든다. 우선 오랜만에 듣는 말이어서 반갑다. 어릴 적엔 늘 크리스마스 무렵엔 사곤 했는데 오랜 동안 잊고 있었다. 그런데 내겐 좀 색다른 이유에서 이 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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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에는 크리스마스이 없다. 크리스마스이 있을 뿐이다. 다음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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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어문당국은 된소리를 억제해 왔다. 지금도 그러하다. 특히 외래어 표기에서 된소리를 쓰지 말라며 막아 왔다. 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4항은 다음과 같다.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어디 파열음뿐인가. 마찰음(ㅅ, ㅆ), 파찰음(ㅈ, ㅊ, ㅉ)도 마찬가지로 된소리를 쓰지 않게 돼 있다.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ㅅ', 'ㅈ'만 있을 뿐 'ㅆ', 'ㅉ'이 없다. 그래서 '사인'이지 '싸인'은 틀린 말이다. '지프'이지 '찌프'나 '찝'은 틀린 말이다. '잼'을 발라 먹지 '쨈'을 발라 먹는다고 하면 무식하단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국어사전에는 '크리스마스'만 있고 '크리스마스'은 없다. 그런데도 신문 기사가 '크리스마스'이라 적고 있다.


언중은 된소리를 쓰고 싶어하는데 규범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둑은 무너진 지 오래다. 소비자들이 사랑하는 차 Avante는 아반이지 아반가 아니지 않나. 나타, 렌토나타, 렌토가 아니지 않은가. 상표, 브랜드에서 된소리 억제는 무시된 지 오래다. 왜 멀쩡히 있는 소리, 있는 글자를 못 쓰게 하나. 된소리 억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을 허용해야 한다.


물론 된소리를 허용한다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그동안 버스라고 해왔는데 된소리를 허용한다면 버쓰, 뻐스, 뻐쓰 중에서 뭘 써야 하는가. 가쓰, 까스, 까쓰는 어떻고? 당장 이런 문제에 부닥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버스만을 고집한다고? 어려운 문제는 고민해서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야 하지 아예 문제를 덮어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기관이 왜 있나.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라고 있는 거 아닌가. 해법을 못 찾아도 찾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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