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문은 의문을 낳지 않아야
법조문은 보통 매우 엄격하다. 짧고 함축된 문장 속에 굉장히 깊은 뜻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쓸데없는 말, 군말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게 법조문의 특징인데 이따금 그렇지 않은 경우를 본다. 법조문에 군말이 들어 있는 경우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의 조직, 직무 등에 규정한 법인데 그 제7조는 다음과 같다.
이 조는 감사위원이 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조건을 열거하고 있다. 그 제3호가 '공인된 대학에서 부교수 이상으로 8년 이상 재직한 사람'인데 여기서 '공인된 대학'의 '공인된'은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대학이면 대학이지 공인된 대학이 있고 공인되지 않은 대학이 있나. 대학이라면 의당 공인된 대학을 가리킨다. '노인대학', '주부대학' 같은 걸 제외하려고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노인대학, 주부대학은 대학이란 말이 쓰였을 뿐이지 어디 대학이라 할 수 있는가.
감사원법 제7조 제3호 '공인된 대학에서'의 '공인된'이 군더더기인 것은 다른 법과 비교해볼 때 확연히 드러난다. 일례로 국가공무원법 제10조 제1항 제2호에서는 '공인된 대학에서'가 아니라 그냥 '대학에서'이다.
왜 국가공무원법에서는 '공인된 대학에서'라 하지 않았을까. 굳이 필요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사원법 제7조 제3호에서도 '대학에서'면 충분하지 '공인된 대학에서'라고 할 이유가 없다 할 것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고등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는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방송대학ㆍ통신대학ㆍ방송통신대학 및 사이버대학, 기술대학 및 각종학교'이고 국가가 학교를 설립할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설립기준을 갖추어야 하며 국가 외의 자가 학교를 설립하려는 경우에는 교육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은 매우 엄격하게 정의,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감사원법에 있는 '공인된 대학에서'의 '공인된'은 군말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은 곧 공인된 대학이기 때문이다. 없어도 될 말이 쓰였으면 왜 이 말이 쓰였을까 하고 의문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법조문은 의문을 낳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