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있다'라 하면 안 될까
우리나라 여러 법률 조문에 '행위지', '거주지', '현재지' 같은 말이 쓰이고 있다. 의미가 다르다. 행위지는 어떤 행위를 한 장소를 가리킬 테고 거주지는 거주하고 있는 장소, 현재지는 현재 있는 장소를 가리킬 것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집을 떠나 여행 중이라면 거주지와 현재지는 달라진다. 여행하고 있는 장소가 현재지가 될 것이다.
요컨대 행위지, 거주지, 현재지는 법률용어로 쓰이고 있으니 법학에서는 꼭 필요한 말로 보인다.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동사로서 '행위하다', '거주하다', '현재하다'가 과연 모두 법률용어인지는 의문이 든다. '행위하다', '거주하다'는 법률용어가 아니라도 일상적으로도 쓰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하다'는 일상적으로 쓰이지 않는 말이다.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 법률용어로 '현재하다'라는 동사가 있나? 법률가가 아니어서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
군사법원법 제115조 제1항에 '현재지'라는 말이 쓰이고 있고 제2항에는 '현재하지'라는 말이 들어 있다.
'현재지'가 있으니 '현재하지'라고 했겠으나 '현재하다'라는 말이 의문을 낳는다. 일상생활에서 쓰이지 않을 뿐 아니라 법조문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명사인 '현재지'에 대응하는 동사 또는 동사구는 필요하다. 그것이 꼭 '현재하다'여야 할까. 아닐 수 있다고 본다. '현재하지 아니할 때에는'과 '현재 있지 아니할 때에는'을 비교해 보자. '현재 있지 아니할 때에는'이라고 해서 뜻이 통하지 않나? 오히려 '현재하지 아니할 때에는'보다 더 쉽게 뜻이 드러나지 않을까? '현재하다'는 단어이고 '현재 있다'는 단어가 아닌 구이다.
어떤 뜻을 나타내고자 할 때 반드시 단어로 써야 한다는 법이 있는 건 아니다. 마땅한 '단어'가 없으면 '구'로 표현해도 된다. 군사법원법 제115조 제2항의 '현재하지'는 그렇지 않아도 '수탁판사', '촉탁할' 등 어려운 법률용어가 들어 있는 법조문이 더욱 어렵게 느껴지게 한다.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참고로 '현재(現在)하다'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국어사전에 없다는 것은 국어에 없는 말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