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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다'를 절제해서 쓰면 안 될까

by 김세중

낚시 관리 및 육성법이란 법이 있다. 낚시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법으로 약칭 낚시관리법이다. 이 법에 좀 흥미로운 조항이 있는데 일테면 제7조 제1호가 그렇다.


제7조(수면 등에서의 금지행위) 누구든지 제3조 각 호의 수면 등에서 낚시를 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9. 8. 20.>

1.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2. 낚시도구나 미끼를 낚시 용도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버리는 행위

3. 제5조에 따른 낚시제한기준을 위반하여 수산동물을 잡는 행위


낚시를 하는 경우에는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단다.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낚시를 하는 경우에만 해서는 안 되나? 어디서든지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되지 않나. 얼마나 낚시터에서 오물이나 쓰레기를 많이 버리면 법률에까지 이런 조항이 들어가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과연 법에 들어갈 일인지는 조금 의아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 법의 제55조 제1항 제2호에는 제7조 제1호를 위반하여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린 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니 과태료를 부과받지 않으려면 낚시터에서 오물이나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되겠다.


문제는 딴 데 있다. 이 법 제20조 제1항 제3호에 '낚시터 수생태계를 훼손시키지 말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제20조(낚시터업자 등의 준수사항) ① 낚시터업자와 그 종사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개정 2013. 3. 23.>

1. 수생태계의 균형에 교란을 가져오거나 가져올 우려가 있는 어종(이하 “방류 금지 어종”이라 한다)을 낚시터업자가 경영하는 낚시터에 방류하지 말 것

2. 수질의 한계기준을 초과하여 낚시터 수질을 오염시키지 말 것

3. 수생태계 보존의 한계기준을 초과하여 낚시터 수생태계를 훼손시키지 말 것


여기서 '훼손시키지'는 '훼손하지'라고 하면 되는데 불필요하게 '시키다'를 썼다. '훼손시키지'라고 했지만 뜻은 '훼손하지'와 같다. 이런 경우 '시키다'를 남용한 것이다. 제2호의 '오염시키지'의 '-시키-'는 꼭 필요하지만 '훼손시키지'의 '-시키-는 군더더기나 다름없다. "거짓말하지 마!" 하면 될 것을 "거짓말시키지 마!" 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쓰지 않아도 될 '시키다'를 쓴 사례다. "소개해 줘." 하면 될 것을 "소개시켜 줘." 하는 것은 너무나 널리 퍼져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시키다'를 절제해서 쓰면 좋겠다. 더구나 법조문은 가장 모범적인 문장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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