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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21. 2024

허술한 법조문

노인복지법, 문제 많다

노인복지법은 1981년 6월에 제정되었다. 제정된 당시에는 28조에 불과했는데 오늘날은 61조까지 있다(62조는 삭제됨). 지난 40여 년간 70여 차례 개정되면서 노인복지에 관해 다양한 제도가 이 법에 추가되었다. 그런데 이 법에는 크고 작은 언어적 미비점이 발견된다. 내용을 중시할 뿐 법조문의 언어 표현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좀 사소한 문제로 제39조의10 제2항을 보자.


제39조의10(실종노인에 관한 신고의무 등) 

②제31조에 따른 노인복지시설(「사회복지사업법」제2조제4호에 따른 사회복지시설 및 사회복지시설에 준하는 시설로서 인가ㆍ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노인을 보호하는 시설을 포함한다. 이하 “보호시설”이라 한다)의 장 또는 그 종사자는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실종노인임을 알게 된 때에는 지체 없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신상카드를 작성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제3항제2호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실종노인임을 알게 된 때에는'이라는 구절이 있다. '실종노인'에서 ''은 '이다'가 활용한 것이다. '이다'가 쓰인 이상 '이다'의 주어가 있어야 한다. 누가 실종노인인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실종노인인지가 없다. 주어가 부당하게 빠져 있다. 이렇게 문법적으로 문제 있는 표현을 쓰기보다는 '실종노인을 발견하게 된 때에는'과 같이 쓰는 것이 낫다. 단순히 ''을 빼고 '실종노인을 알게 된 때에는'이라고 해도 된다. 요컨대 '임'이 있는 이상 주어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어가 없어도 생략된 주어를 머릿속에 그리고 조문의 취지를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어 생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누가 실종노인인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다음 제39조의19 제2항에서는 생소한 단어가 쓰이고 있다. '원가정'이 그것이다.


제39조의19(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의 설치) 

② 쉼터의 업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개정 2020. 12. 29.>

1. 학대피해노인의 보호와 숙식제공 등의 쉼터생활 지원

2. 학대피해노인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전문심리상담 등 치유프로그램 제공

2의2. 노인학대행위자에 대한 고소ㆍ고발 등 법률적 사항의 자문을 위한 대한변호사협회, 지방변호사회 또는 「법률구조법」에 따른 법률구조법인 등에 대한 협조 및 지원 요청

3. 학대피해노인에게 학대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치료를 위한 기본적인 의료비 지원

4. 학대 재발 방지와 원가정 회복을 위하여 노인학대행위자 등에게 전문상담서비스 제공


'원가정 회복'이라고 했는데 '원가정'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없고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말이다. '원가정 회복'은 뭘 뜻하나. 원래 있던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일컫는가. 아리송해진다. 뜻이 명확해야 할 법조문이 아리송하다면 문제 있는 것 아닌가.


제43조에는 '~에 위반하여', '~에 위반한'이 되풀이되어 쓰이고 있다. 이는 민법에서 비롯된 일본어투 조사 사용이다. 요즘 웬만한 법령에는 이런 말은 쓰이지 않는다. 죄다 '~을 위반하여', '~을 위반한'이라고 한다. 민법에 원죄가 있고 노인복지법과 같은 법에 이런 볼썽사나운 조사 사용이 남아 있다.


제43조(사업의 정지 등) ①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노인주거복지시설, 노인의료복지시설 또는 제23조의2제1항제2호의 노인일자리지원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1개월의 범위에서 사업의 정지 또는 폐지를 명할 수 있다.

<개정 1999. 2. 8., 2005. 3. 31., 2007. 8. 3., 2010. 1. 25., 2013. 6. 4., 2013. 8. 13., 2018. 3. 13., 2019. 4. 30.>

1. 제23조의2제4항, 제33조제4항 또는 제35조제4항에 따른 시설 등에 관한 기준에 미달하게 된 때

2. 제41조규정 위반하여 수탁을 거부한 때

3. 정당한 이유없이 제42조의 규정에 의한 보고 또는 자료제출을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로 한 때 또는 조사ㆍ검사를 거부ㆍ방해하거나 기피한 때

4. 제46조제5항규정 위반한 때

5. 해당 시설이나 기관을 설치ㆍ운영하는 자 또는 그 종사자가 입소자나 이용자를 학대한 때

②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노인여가복지시설 또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1개월의 범위에서 사업의 정지 또는 폐지를 명할 수 있다. <개정 1999. 2. 8., 2007. 8. 3., 2013. 8. 13., 2018. 3. 13., 2019. 4. 30.>

1. 제37조제4항 또는 제39조제4항의 시설 등에 관한 기준에 미달하게 된 때

2. 제41조규정 위반하여 수탁을 거부한 때(재가노인복지시설의 경우로 한정한다)

3. 정당한 이유없이 제42조의 규정에 의한 보고 또는 자료제출을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로 한 때 또는 조사ㆍ검사를 거부ㆍ방해하거나 기피한 때

4. 제46조제7항규정 위반한 때


그뿐이 아니다. '불구하고'도 그 앞에 '~에도'가 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 법 제54조와 제55조에는 '규정에 불구하고', '법령에 불구하고'가 쓰이고 있다. 이 역시 민법 조문에 뿌리를 둔 잘못된 조사 사용이다. 누가 '~에 불구하고'라고 하나. '~ 불구하고'라 해야 마땅하다.


제54조(국ㆍ공유재산의 대부 등)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보건복지관련 연구시설이나 사업의 육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유재산법 또는 지방재정법의 규정 불구하고 국ㆍ공유재산을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ㆍ수익하게 할 수 있다.


제55조(「건축법」에 대한 특례) ①이 법에 의한 재가노인복지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및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는 「건축법」제19조의 규정 불구하고 단독주택 또는 공동주택에 설치할 수 있다.<개정 2007. 8. 3., 2008. 3. 21., 2018. 3. 13.>

②이 법에 의한 노인복지주택의 건축물의 용도는 건축관계법령 불구하고 노유자시설로 본다. <신설 1999. 2. 8., 2007. 8. 3.>[제목개정 2007. 8. 3.]


앞으로 법을 개정할 때에는 이런 낡은 표현과 언어적 오류는 바로잡아야 마땅하다. 오류의 원천이라 할 민법도 당연히 개정해야 한다. 무슨 금과옥조라도 되는 양 케케묵은 법조문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딱하다. 지킬 걸 지켜야지 엉뚱한 걸 고수하고 있으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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