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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03. 2024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필요하다

'-로 하여금' 오용

농약관리법은 1957년 8월에 제정되었으니 우리나라 법률 가운데 꽤 역사가 오랜 편에 속한다. 이 법은 농약의 품질향상, 유통질서의 확립 및 농약의 안전한 사용을 도모하고 농업생산과 생활환경 보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2017년 3월에 제14조 다음에 제14조의2가 신설되었다. 그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제14조의2(직권 이외의 사유에 의한 품목등록의 취소 등) 

① 농촌진흥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농약등 또는 원제에 대하여 해당 제조업자ㆍ수입업자 또는 판매업자로 하여금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회수하여 폐기할 것을 명할 수 있다.


여기서 "농촌진흥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농약등 또는 원제에 대하여 해당 제조업자ㆍ수입업자 또는 판매업자로 하여금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회수하여 폐기할 것을 명할 수 있다."는 뜨악하다. '-로 하여금'이 나온 이상 '폐기하게 할 것을'이 나와야 하는데 '폐기 것을'이 나왔다. 


그러나 실은 '-로 하여금' 자체가 잘못됐다. 뒤에 '명할'이라는 동사가 나오는데 누구에게 명하는가? '해당 제조업자ㆍ수입업자 또는 판매업자'에게 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제조업자ㆍ수입업자 또는 판매업자로 하여금'이 아니라 '해당 제조업자ㆍ수입업자 또는 판매업자에게'라고 했어야 아무런 문제 없이 말끔했다. '-에게'를 써야 할 자리에 '-로 하여금'을 잘못 쓴 것이다.


비록 틀린 문장이지만 법조문의 취지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명색이 법조문이다. 어찌 법조문에 문법에 맞지 않아 말이 안 되는 문장이 있을 수 있나. 법률 조문이 이리 엉성할 수 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농약관리법 제14조의2 제1항의 문장은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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