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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09. 2024

산정호수

아늑하고 평화로운 그곳

산정호수는 경기도 포천에 있다. 사방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절로 아늑한 느낌을 준다. 동쪽에는 억새밭으로 유명한 명성산이 우뚝 솟아 있고 남쪽으로 사향산, 관음산 등이 있다. 무엇보다 산정호수는 궁예의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궁예는 신라 왕족이었지만 서자였고 세력을 모아 쇠망한 신라에 대항해 나라를 세웠으니 태봉이라 했다. 고구려의 뒤를 잇는다는 뜻으로 후고구려를 자처했고... 왕건을 부하로 두었지만 결국 새 나라 고려는 왕건의 차지였다. 궁예는 한때 강원도를 거의 전부 지배했다는데 거점이 철원이었다 하고 산정호수가 철원 부근이다. 궁예가 호령했던 10세기 초반에도 산정호수가 호수였을까 궁금하다.


도봉산환승센터에서 1386번 광역버스를 타니 소흘, 포천을 지나 산정호수에 이르렀다. 하리 주차장에서 내려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이내 산정호수 둘레길에 이르렀다. 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호수를 한 바퀴 걸어서 돌 수 있다. 서쪽은 데크길이고 나머지는 땅길이다. 휴일 산정호수에는 모터보트가 굉음을 울리며 요란하게 수면 위를 질주했다. 한쪽에는 오리배가 천천히 움직이고... 평화로웠다.


산정호수는 꽤나 넓어서 곳곳에 근사한 카페가 있었다. 상리 주차장 부근에 바이킹 같은 탈것이 있어서 시끄럽고 소란스런 게 옥에 티였고 나머진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관광지요 근사한 나들이 장소였다. 명성산 억새밭이 멀지 않아 산정호수를 돌아본 후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억새밭까진 가지 못하고 도중에 하산했다.


몇 해 만에 산정호수를 다시 찾았는지 모르겠다. 조각공원이 있고 호수 둘레를 도는 산책로가 충분히 길다. 주민들이 캐서 파는 나물이 어찌나 종류가 다채로운지 놀라웠다. 말 탄 궁예의 동상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듯했지만 그가 세웠을 궁궐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1,100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그럴 수밖에... 다음에 산정호수에 오면 근처 평강식물원도 둘러보고 명성산 등산도 해봐야겠다. 산중에 이런 넓은 호수가 있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휴일 나들이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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