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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16. 2024

비봉습지공원

소중한 생태공원

수리산 아래 반월호수에서 흘러나온 물이 서해 바다 가까이 시화호에 접근하기 전 풍성한 습지를 이루니 안산갈대습지공원비봉습지공원이 만들어졌다. 수자원공사에서 시화호를 건설하면서 근사한 습지공원을 탄생시켰다. 지난주에는 안산갈대습지공원을 둘러보고 감탄했는데 오늘은 부근의 비봉습지공원을 거닐어 보았다.


안산갈대습지공원과 비봉습지공원은 지도상으로는 붙어 있다. 그러나 안산갈대습지공원은 안산시에 속하고 비봉습지공원은 화성시에 속한다. 두 습지공원 사이로 흐르는 물이 행정구역을 갈라 놓았고 공원에 들어가는 입구도 아주 동떨어져 있다. 다행히 여의도에서 출발, 석수역을 거쳐 화성 새솔고까지 가는 5609번 광역버스는 신통하게도 안산갈대습지공원 입구를 거쳐서 비봉습지공원 부근까지 데려다 준다. 물론 종점에서 비봉습지공원까지 걸어가기엔 좀 멀지만 운동 삼아 간다면 갈만하다. 시내버스를 기다려서 타고 가도 되고.


비봉습지공원은 화성시 비봉면에 있다고 해서 비봉습지공원일 것이다. 비봉면이 화성시의 북쪽 끝에 있고 다시 비봉습지공원도 비봉면의 북쪽 끝에 있다. 근처에 야구장만 없다면 더 없이 적막할 텐데 야구장의 함성 소리가 이따금 들려왔다. 하지만 습지공원 안에 들어서니 일전에 가본 안산갈대습지공원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관람객이 적다. 도무지 사람이 잘 안 보인다. 물론 공원의 면적은 안산갈대습지공원의 절반 정도나 될까 싶다. 곳곳에 쉼터가 있었다.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조망대도 몇 군데 있었다. 입구 부근에 있는 전망대는 비록 규모는 작아도 조그마한 전시실과 함께 탁 트인 근사한 조망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마치 전망 좋은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 공원 밖에는 큼직한 실내체육관이 있어 사람들이 배드민턴을 즐기는 듯싶었다. 서울 교외에 이렇게 생태를 잘 보존한 한적한 곳이 있다니 새삼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봉습지공원을 나와 좀 걷기로 했다. 근처에 남이장군묘가 있다는 걸 알기에 가보기로 했다. 과연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표지판이 나타났다. 산쪽으로 난 길을 걸어 얼마 가지 않아 주차장이 나타나고 좀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장군의 묘가 있었다. 남이 장군은 워낙 뛰어난 인물이라 기이한 일화가 많다고 한다. 스물일곱에 병조판서에까지 올랐지만 모함을 받아 처형되고 말았으니 비운의 장군이었다. 남이 장군 묘를 지나며 남이흥 장군을 떠올렸다. 남이 장군보다 100여 년 뒤의 사람인데 정묘호란 때의 영웅이었다. 안주성에서 청군을 무찌른 주역인데 북한 땅에 그의 유적이 남아 있단다.


남이장군묘에서 잠시 쉰 다음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해망산이다. 고전이 시작됐다.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니 길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으니 길이 없지만 수풀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악전고투하며 해망산으로 가는데 도중에 도로가 산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서해안고속도로와 평택시흥고속도로를 연결해 주는 도로다. 이 도로로 해망산은 잘리지만 다행히 동물이 이동할 수 있게 해망산생태통로가 두 동강 난 산을 연결해주고 있었고 그 길을 통해 해망산 북쪽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워낙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 곳곳에 핀 야생화가 엄청난 군락을 이루고 있어 눈이 호사했다. 드디어 해망산 정상에 다다랐다. 해발 128.5m니 야트막하다. 그래서 정상석도 참 소박하다. 전망이 탁 트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원경이 펄쳐졌다. 


해망산을 내려오니 도로에 이르렀고 비봉면과 남양읍의 경계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그리고 드넓은 벌판에 온통 모가 자라고 있었다. 이 여름이 지나면 가을엔 주렁주렁 곡식이 열리리라. 논 사이로 난 농로를 따라 걷다 보니 출발했던 곳인 새솔고 부근에 닿았다. 6시간 동안 17km를 걸었다. 안산시의 남쪽 끝에 안산갈대습지공원이 있고 화성시의 북쪽 끝에 비봉습지공원이 있다. 소중한 생태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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