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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17. 2024

법조문은 법조문다워야

일관성 없는 문체 바로잡아야

농어촌 전기공급사업 촉진법이란 법이 있다. 약칭 농어촌전기법이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는 농어촌에 전기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1965년에 농어촌전화촉진법이란 법으로 만들어졌는데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농어촌의 전기 사정도 크게 변했고 법도 이에 따라 꾸준히 개정되었다. 1965년의 농어촌 전기 사정과 지금은 아마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를 것이다. 


그런데 제정된 당시 13조까지 있던 법이 오늘날 23조로 조문이 늘어났고 법의 이름도 바뀌고 법이 담고 있는 내용도 큰 변화가 있었지만 '문체'만큼은 초기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보인다. 무슨 말이냐 하면 법이란 모름지기 '강제'하는 규범이기에 '~아(어)야 한다'로 문장이 끝나는 게 기본인데 이 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유난히 '~한다'로 끝나는 조문이 많다. 한 예로 제15조의 제1항이 그렇다.


제15조(농어촌전기공급 사업계획서 등의 송부) 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제14조제1항에 따른 예산이 확정된 때에는 관할 시도지사와 전기사업자에게 확정된 농어촌전기공급 사업계획서와 자금계획서를 보낸다. <개정 2008. 2. 29., 2013. 3. 23.>

② 시ㆍ도지사는 제1항에 따라 농어촌전기공급 사업계획서와 자금계획서를 받은 때에는 관할 시장ㆍ군수에게 알려야 한다[전문개정 2007. 12. 21.]


제1항과 제2항의 문장 끝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제1항은 '자금계획서를 보낸다'인 데 반해 제2항은 '알린다'가 아니라 '알려야 한다'이다. 왜 모두 '보낸다', '알린다'라 하지 않나? 아니면 왜 모두 '보내야 한다', '알려야 한다'라 하지 않나? 제1항에서 '보내야 한다'라 하지 않고 '보낸다'라 하는 이유가 뭔가? 의문을 떨칠 수 없다.


필자의 견해는 제15조 제1항의 '자금계획서를 보낸다'는 '자금계획서를 보내야 한다'가 더 법조문에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자금계획서를 보낸다'고 해도 '자금계획서를 보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니 괜찮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제2항의 '알려야 한다'는 왜 '알린다'고 하지 않았나. 


법조문에는 법조문 문체가 있다. 가장 법조문다운 문체를 사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일관성, 통일성도 중요하다. 이 법에서는 이렇게 하는데 저 법에서는 다르게 한다든지, 한 법 안에서도 앞에 나오는 조에서는 이렇게 하는데 뒤의 조에서는 다르게 하면 혼란스럽다. 법을 제정할 때 잘못 쓴 표현을 지금도 그대로 두고 있어서는 안 된다. 옳지 않은 이상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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