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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l 25. 2024

'또는'보다 '도'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할 수 없나

민법 제292조 제1항의 "지역권은 요역지소유권에 부종하여 이전하며 또는 요역지에 대한 소유권이외의 권리의 목적이 된다."는 명백한 비문이다. '이전하며'와 '또는'이 서로 모순이기 때문이다. '또는'이 없어야 하는데 들어갔다.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83조에도 이와 언뜻 보아 비슷한 문장이 쓰이고 있다.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83조(관할구역 외에서의 구속영장의 집행과 그 촉탁) 

①검사는 필요에 의하여 관할구역 외에서 구속영장의 집행을 지휘할 수 있고 또는 당해 관할구역의 검사에게 집행지휘를 촉탁할 수 있다.

②사법경찰관리는 필요에 의하여 관할구역 외에서 구속영장을 집행할 수 있고 또는 당해 관할구역의 사법경찰관리에게 집행을 촉탁할 수 있다.


민법 제292조 제1항의 '이전하며 또는'만큼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형사소송법 제83조의 '있고 또는'도 아주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지휘하고'가 아니라 '지휘할 수 있고'이기 때문에 '또는'이 와도 '지휘할 수 있고'와 '또는'이 모순은 아니다. 그러나 '또는'이 온 이상 그 뒤는 '당해 관할구역의 검사에게 집행지휘를 촉탁할 수 있다'처럼 보조사 ''를 넣어줄 때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제1항, 제2항 모두 마찬가지다. 


이때 '또는'은 '아니면'이라고 할 수도 있다. 즉 제83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이 쓸 때 조금도 의문이 들지 않고 단박에 이해된다.


①검사는 필요에 의하여 관할구역 외에서 구속영장의 집행을 지휘할 수 있고 아니면 당해 관할구역의 검사에게 집행지휘를 촉탁할 수있다.


그런데 '촉탁할 수'에 조사 ''를 넣어 '촉탁할 수 있다'라고 하면 '또는'과 '아니면'이 아예 없어도 된다. 즉 다음과 같이 쓸 수도 있다. 


①검사는 필요에 의하여 관할구역 외에서 구속영장의 집행을 지휘할 수 있고 당해 관할구역의 검사에게 집행지휘를 촉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다음 형사소송법 제167조 제1항에서도 같다.


형사소송법

제167조(수명법관, 수탁판사) 

①법원은 합의부원에게 법정 외의 증인신문을 명할 수 있고 또는 증인 현재지의 지방법원판사에게 그 신문을 촉탁할 수 있다.


즉 제167조 제1항은 다음 셋 중 어느 하나로 표현할 때 더욱 알기 쉽다.


①법원은 합의부원에게 법정 외의 증인신문을 명할 수 있고 또는 증인 현재지의 지방법원판사에게 그 신문을 촉탁할 수 있다.


①법원은 합의부원에게 법정 외의 증인신문을 명할 수 있고 아니면 증인 현재지의 지방법원판사에게 그 신문을 촉탁할 수 있다.


①법원은 합의부원에게 법정 외의 증인신문을 명할 수 있고 증인 현재지의 지방법원판사에게 그 신문을 촉탁할 수 있다.


조사 ''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모름지기 법조문은 한눈에 뜻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본법 조문에는 무슨 뜻인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어야 겨우 뜻을 감 잡을까 말까 한 사례가 참 많다. 법조문은 법률가만 읽는 것인가. 일반 국민도 읽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보통 사람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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