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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Aug 14. 2024

불가사의한 법조문

법조문인가 암호문인가

필자는 법학자도 아니고 법률가도 아니고 언어학자일 뿐이다. 그리고 법조문은 문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법이 아무리 깊은 법리를 담고 있더라도 말이다. 한국의 법은 한국어 문장으로 되어 있고 무릇 한국어 문장이 한국어 문법을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상법 제576조 제2항은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해당 조문의 법리에 밝지 않아서겠지만 그 이전에 이 문장은 문법을 지키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최 그 뜻을 알기 어렵다. 


상법

제576조(유한회사의 영업양도 등에 특별결의를 받아야 할 사항) 

① 유한회사가 제374조제1항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해당되는 행위를 하려면 제585조에 따른 총회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

②전항의 규정은 유한회사가 그 성립후 2년내에 성립전으로부터 존재하는 재산으로서 영업을 위하여 계속하여 사용할 것을 자본금의 20분의 1 이상에 상당한 대가로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준용한다. <개정 2011. 4. 14.>


제576조는 회사의 한 형태인 유한회사에서 총회의 결의를 받아야 할 사항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상법 제576조 제2항이 문법을 어겼다고 보는가. 이렇다. 첫째, '사용할'은 타동사인데 목적어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사용한다는 것인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재산'을 사용한다는 거라면 '재산으로서'가 아니라 '재산'이어야 하지 않나. 둘째, '취득하는'도 타동사인데 역시 목적어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취득한다는 것인지가 보이지 않는다. 셋째, '사용할 것'은 조사 ''이 붙었으므로 목적어인데 이 목적어와 호응하는 동사가 무엇인지 찾아지지 않는다. 넷째, '성립전으로부터'는 '성립전부터'라야 한다. '으로'가 들어가야 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문법적으로 문제투성인데도 법률가들은 이 조항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 있단 말인가. 


필자는 상법 제576조 제2항을 입법한 취지를 파악하지 못하기에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576조 제2항은 비문이라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 문장을 개발새발 썼다. 법조문이 이토록 무책임해서는 안 된다. 읽는 사람이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상관없다는 것 아닌가. 법조문이 이래도 되나. 법조문은 문법적으로 흠이 잡혀서는 안 된다. 이게 법조문인가 암호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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