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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Sep 04. 2024

人工知能이냐 人工智能이냐

그건 한가한 질문이다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이런 세상이 올 줄 몰랐다. 이미 인공지능은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인공지능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쉴새없이 진화, 발달할 것이다. 끝은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 끝은 없을 것이다.


artificial intelligence란 말은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나. 학계에서는 1956년 다트머스대에서 열렸던 워크숍을 기점으로 보고 있다. 70년이 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이 말이 쓰이기 시작했나. 적어도 1969년에는 이 말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1969년 4월 23일자 신문에 이렇게 실렸다.


1969년 4월 23일 경향신문


그러나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가까이 성큼 다가온 것은 2022년 11월부터일 것이다. 챗gpt가 나타났다. 삽시간에 엄청난 가입자가 생기면서 인류는 인공지능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챗gpt뿐 아니라 여러 인공지능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실로 놀라운 세상이 우리 곁에 왔다.


필자는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미국이 촉발한 인공지능 개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등이 치열하게 이 분야에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말을 자국어로 어떻게 쓰고 있나. 서로 다르게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인공지능, 일본에서는 人工, 중국에서는 人工이라 한다. 한국은 21세기 들어 한자 사용을 급격히 줄여서 지금 신문이나 책에서 한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젊은 층의 한자 실력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한자는 사실상 폐지된 거나 다름없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은 다르다. 한자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일본에서는 人工, 중국에서는 人工이라 한다. 뭐가 맞을까. 그게 어떻게 답이 있겠나.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거지.


인공지능뿐이 아니다. 지혜라는 말은 어떨까. 일본에서는 지혜를 라 쓴다. 중국에서는 라 쓴다. 여기서도 일본은 , 중국은 를 취함을 알 수 있다. 한국도 사전에서는 한자어의 어원을 밝힌다. 인공지능을 일본을 따라 人工이라 한다. 지혜는 어떨까. 국립국어원 사전에서는 지혜智慧/知慧라 하고 있다.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둘 다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려대 한국어사전은 다르다. 지혜智慧라 하고 있다. 형용사 지혜롭다는 어떨까. 국립국어원사전도 지혜롭다智慧롭다라 하고 있다. 좀 갈팡질팡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을 따를 거냐 중국을 따를 거냐는 한가한 고민이다. 그런 거에 신경쓸 때가 아니다. 사전에 어떻게 기록해놓건 그걸 한자로 쓸 일은 사실상 없으니까 말이다. 한자를 사용하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 일본뿐인데 그들이 人工이라 쓰든 人工이라 쓰든 상관할 바 아니다. 컴퓨터의 발달과 함께 언어의 장벽은 거의 무너졌다. 온갖 언어들끼리 번역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번역의 질이 문제이긴 하나 그것도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 한국이 한자에서 벗어난 건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인공지능 경쟁에서는 뒤처지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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