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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Sep 24. 2024

에컬트라니!

한글은 만능의 글자가 아니다

오늘 한 신문의 기사를 읽다 화들짝 놀랐다. 내 눈을 의심할 뻔했다. 하버드대학교의 저명한 한국학 학자 카터 에커트 교수의 은퇴 기념 학술대회가 열렸다고 했다. 기사에는 분명 원어인 Carter J Eckert가 밝혀져 있었는데 한글 표기는 카터 에커트가 아닌 카터 에컬트였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에컬트라니!


그것은 마치 first퍼스트가 아닌 펄스트라 적는 것과 같다. birthday를 버스데이가 아닌 벌스데이라 적는 것과도 같다. church를 처치가 아닌 철치라 적는 거나 마찬가지다. 누가 펄스트, 벌스데이, 철치라 적나. 퍼스트, 버스데이, 처치라 적으면 원어의 발음을 못 살리는 아쉬움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펄스트, 벌스데이, 철치라 한다고? 그렇게 적는 사람이 있을까?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Eckert에컬트라 하나?


사실 퍼스트는 몰라도 한글로 버스데이, 처치라 적을 일은 없을 것이다. 생일, 교회라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설명의 편의상 예로 들었을 뿐이다. '빅카인즈' 신문기사 검색을 해보았다. 1990년부터 지금까지 카터 에커트는 253건이 검색되었는데 카터 에컬트는 2건 검색됐다. 2007년 문화일보에 한 번, 그리고 오늘 신문에 한 번 나왔다. 가끔 신문이 일탈을 저지름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한글을 가지고 외국어 발음을 원어 가깝게 적으려고 애를 쓴다. Eckert에컬트라 적은 것도 어떻게든 원어 발음에 가깝게 적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r 음가를 반영해 보려고 받침에 ''을 넣었는데 '에컬트'는 '에커트'보다 원어 Eckert에서 오히려 더 멀어지지 않았을까. 


한글은 외국어 발음을 100% 반영하지 못한다. 한글은 한국어의 소리를 적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어의 소리는 외국어의 소리와 같지 않다. 한글은 자랑스러운 문자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언어의 발음을 적을 수 있는 만능의 글자가 아니다. ''를 보면서 절로 쓴웃음이 지어진다. 아니 얼굴이 찌푸려진다. 이런 표기는 언어 질서 파괴다.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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