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말이 법전에 들어 있다
상법 제3편 회사의 제4장은 주식회사이다. 그리고 주식회사의 이사와 이사회에 관한 조항 중에 다음과 같은 조가 있다.
여기서 '행위를 유지할 것을'이 무슨 뜻일까. 아마 '행위를 계속할 것을'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유지'는 보통 변함없이 계속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 반대다. '행위를 멈출 것을'이라는 뜻이다. 왜 '유지할'이 '멈출'의 뜻일까. '유지하다'에 '멈추다'라는 뜻이 있단 말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원문을 봐야 한다. 다음과 같다.
'유지할'이 '維持할'이 아니고 '留止할'이다. 법전이 한자로 '行爲를 留止할 것을'이었을 때는 '維持'가 아니고 '留止'니까 중지, 멈춤의 뜻이라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그러나 한글로 '행위를 유지할 것을'이라고 씌어 있으니 이때의 '유지'가 '留止'일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유지' 하면 누구나 '어떤 상태나 상황을 그대로 보존하거나 변함없이 계속하여 지탱함'이란 뜻의 '유지(維持)'를 떠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어에는 '유지(留止)'라는 말 자체가 쓰이지 않는다. 국어사전에도 당연히 '유지(留止)'가 없다.
게다가 상법에는 '어떤 상태나 상황을 그대로 보존하거나 변함없이 계속하여 지탱함'이라는 뜻의 '유지'가 여러 군데 쓰이고 있다. 제366조의2 총회의 질서 유지가 그렇고 제382조의4 이사의 비밀유지의무가 그렇다. 이들 '유지'는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유지(維持)'이다. 이에 반해 상법 제402조의 '유지'는 사람들이 예상하기 힘든 留止이고 더욱이 그 留止는 국어에 없는 말이다. 오직 상법 제402조에만 나온다. 그렇다면 상법 제402조에서 '그 행위를 유지할 것을'은 '그 행위를 중지할 것을' 또는 '그 행위를 멈출 것을'이라 바꾸어야 뜻이 쉽게 통하지 않겠는가. 이제껏 써왔다고 계속 이대로 가야 하나. 옳지 않다면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나. 법은 아는 사람끼리만 알면 그뿐인가. 국민은 몰라도 그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