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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Sep 30. 2024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하나

외래어 표기법은 없는 건가

오늘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월요일 신문의 특집 면 제목이 리조트 & 레여서다. 내 눈이 여간 휘둥그레지지 않았다. 눈을 의심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말이다. 특집 면 제목 에 난 왜 이리 놀랐는가. 매일같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기사 속에 만일 가 들어 있었다면 그리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문사에는 많은 기자가 일하고 있고 기자라고 실수를 왜 안 하겠는가. 그러나 주먹만한 글자로 찍혀 나오는 특집 면의 제목에 나오는 는 다르다. 실수라고 볼 수 없다. 작정을 하고 그렇게 적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국어는 한글로 적는데 글을 쓸 때에는 한글 맞춤법을 따라야 한다. 그리고 외래어를 적을 때는 외래어 표기법을 지켜야 한다. 외래어 표기법이 필요한 것은 외래어 표기법이 없다면 같은 낱말이 천태만상으로 적힐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가스뿐 아니라 까스, 까쓰, 가쓰, 개스, 개쓰, 깨스, 깨쓰 등 참으로 다양하게 적힐 것 아닌가. 그렇게 동일한 말을 다양하게 적는 게 바람직한가. 아닐 것이다. 통일하는 게 바람직하고 그래서 가스로 통일해서 쓰자고 하는 것이다. 


레저도 같다. 레저로도 적을 수 있지만 레져로 적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레저, 레져 다 맞다고 할 것인가.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할 건가. 가만 놔 두면 여간 혼란스럽지 않을 게 뻔한 외래어 표기의 통일을 위해 외래어 표기법을 두고 있다. 표기가 통일되면 이익이 되면 되었지 손해될 게 없다. 


외래어 표기법의 규칙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예외가 없는 규칙과 예외가 꽤나 허용되는 규칙이 그것이다. 'ㅈ, ㅊ' 다음에 이중모음인 'ㅑ, ㅕ, ㅛ, ㅠ, ㅒ, ㅖ'가 올 수 없다는 것은 예외가 없다. 이에 반해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는 규칙은 예외가 꽤나 허용되는 규칙이다. 'ㅈ, ㅊ'은 국어의 자음 중에서 특이하다. 'ㅈ, ㅊ' 다음에는 'ㅑ, ㅕ, ㅛ, ㅠ, ㅒ, ㅖ' 같은 이중모음이 오는 단어가 없다. 고유어나 한자어에서 그렇다. 외래어도 국어니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의 규정이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다.


그런데 레라니! 사실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과자나 음료 상품의 상품 이름에는 ''도 보이고 '코칲'도 보인다. 외래어 표기법을 어긴 사례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상표다. 상표도 당연히 외래어 표기법을 따라 '주스', '초코칩'이라야 맞지만 외래어 표기법은 벌금을 부과하는 실정법이 아니다. 선언적 규범일 뿐이다. 그래서 상품명에 그런 일탈은 비록 보기 흉해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를 막을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나. 영화명 , 라기월드 같은 것도 역시 일탈의 사례다.


그러나 는 상표가 아니다. 그냥 보통명사일 뿐이다. 그리고 언론사는 영리를 추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익적 성격을 강하게 띠는 기관이다. 그런 언론사에서 외래어 표기법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표기를 작심하고 걸었다. 언어 규범 따위는 개의치 않겠다는 뜻인가. 잘 믿어지지 않는다.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건가. 이제 외래어 표기법은 없는 건가. 머리가 몹시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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