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를 한 후에
형사소송법에 긴급체포에 관한 규정이 있다. 제200조의 3에 있는데 긴급체포란 체포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긴급을 요하여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한다. 중대범죄여야 하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에만 할 수 있다.
이렇게 중대범죄자에 대해서는 체포영장 없이도 체포할 수 있지만 그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는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 여겨진다. 만일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때는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담은 제200조의4 제1항은 다음과 같다.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주체는 검사이거나 사법경찰관이다.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경우에 검사는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구속영창을 청구해야 한다. 문제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경우다. 조문은 이렇게 되어 있다.
표현이 묘하지 않나.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청구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했으니 말이다. 도대체 누가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인가? 검사가 청구하나 사법경찰관이 청구하나? '검사의 청구로'라는 말이 있으니 검사가 청구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문장 끝의 동사 '청구하여야'의 주어는 사법경찰관이니 사법경찰관이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순 아닌가.
검사가 하는 '청구'는 뭐고 사법경찰관이 하는 '청구'는 뭔가. 같은가, 다른가. 이런 의문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법조문의 표현이 명료하지 않다. 물론 '검사의 청구로'의 '청구'는 좁은 의미의 '청구'이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의 '청구'는 넓은 의미의 '청구'라고 볼 여지는 있겠다. '청구'에 두 가지 뜻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아예 의문을 피할 수 있는 명료한 표현 방법은 없었을까. 요컨대 법조문은 명료해야 하고 상식에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