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어문규범을 어겨도 되나
'받다'라는 동사가 있다. 이 단어를 쓸 때 '받아'라고 하는 것이 맞나? '받어'라고 하는 것이 맞나? 이 질문을 받으면 초등학생이라도 '받아'가 맞다고 할 것이다. '받어'는 틀렸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에는 '받어'라는 틀린 말이 떡하니 들어 있다. 다음과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받아'라고 된 조문도 있다. 다음을 보자.
왜 어떤 조에는 '받어'라 되어 있는데 다른 조에는 '받아'라 돼 있나? 무슨 이유가 있나? 합당한 까닭이 있을 리 없다. '받아'가 맞고 '받어'는 틀렸을 뿐이다. 이런 오류는 다른 법에도 들어 있다. 다음을 보자.
민법 제195조에는 '지시를 받어'가 있고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는 '승낙을 받어'가 있다. 형사소송법에는 '촉탁을 받어'가 있다. 만일 지금 민법, 형법, 형사소송법을 만들었다면 이런 표현이 쓰일 리가 없다. 아무도 '받어'라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법은 1958년에, 형법은 1953년에, 형사소송법은 1954년에 제정되었다. 1950년대에는 '받어'는 틀리고 '받아'가 맞다는 의식 자체가 희미했던 것이다. '받어'와 '받아'가 뒤죽박죽 섞여 쓰였다. 일상생활의 언어는 물론이고 법조문에서까지 그랬다.
요컨대 1950년대는 말이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그런데 1950년대에는 아직 표준어, 맞춤법 같은 어문규범에 대한 의식이 미약해서 그랬다손 치자. 왜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문규범에 어긋난 표현을 그대로 두고 있나. 법은 어문규범 위에 있나. 법은 어문규범을 어겨도 되는가. 말에 대해 이다지도 무심할 수 있나. 맞춤법은 상식이요 최소한의 규범이다.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