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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스태프에 반대한다

관용을 왜 존중하지 않나

by 김세중

영화나 연극 등에서 연기자를 제외한 제작진을 staff이라 한다. staff이라 적었지만 실은 한글로 적어야 한다. 그런데 한글로 적지 않은 이유가 있다. 국어사전에는 스태프라 돼 있지만 난 스태프가 어색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도저히 스태프라 할 엄두가 안 난다. 스탭이 내겐 익숙하다.


그런데 나만 스탭이 익숙하고 다른 사람은 스태프에 익숙할까. 이런 의문이 맴도는데 다른 사람들도 역시 비슷할 거라는 심증을 갖고 있다. 그 심증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서 어느 정도는 확인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는 1920년부터 1999년말까지 무려 80년간의 신문 기사에 대한 검색을 제공한다.


기간을 1945년부터 1959년까지로 일부러 좁혀 보았다. '스탭'은 신문 기사에서 40건, '스태프'는 39건이 나왔다. 그런데 이 숫자는 곧이곧대로 믿을 게 못 된다. 기사 자체에 오류가 많기 때문이다. '스텝(step)'을 쓴다는 게 그만 '스탭'으로 잘못 쓴 사례가 섞여 있고 '스태프'도 역시 같은 오류가 있다. 심지어 '스태프-트 크리스'라는 사람 이름도 '스태프'로 검색된다. 이런 것도 솎아내야 비로소 '스탭', '스태프'로 사용된 예만 남는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스탭(staff)'이 이미 1940년대, 1950년대에도 쓰였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는 staff에서 온 외래어를 국어에서 '스탭'이라 발음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staff은 이미 70~80년 전에 '스태프'보다는 '스탭'으로 더 널리 쓰였음을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는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사정이 그러했지만 1986년 1월 외래어 표기법이 고시되고 이에 따라 외래어 표기 용례 심의위원회가 구성되어 관용을 인정할 단어가 무엇인지를 위원회에서 심의한 뒤 외래어 표기 용례집을 만들어 발표했다. 처음에는 편수 자료로 먼저 나오고 이어서 외래어 표기 용례집이 나왔다. 내용은 같다. 문제는 관용을 제대로 인정했는가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이 위원회는 관용을 인정하는 데 매우 인색했다. 외래어 표기법 제1장 제5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는 말뿐이었다. '스탭'이 굳어진 관용이라면 staff의 표기는 '스탭'이라고 결정했어야 하는데 '스태프'라 했다. 관용이 인정된 외래어는 '라디오', '카메라', '모델', '커피'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외래어 표기 용례를 심의하는 위원들은 관용보다는 표기법을 중시했던 것이다. 원어가 f로 끝났으니 받침 'ㅂ'으로 적을 수는 없다고 보아 '스태프'로 하고 말았다.


그러나 말이란 도무지 규칙적이지 않다. 어떤 예외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staff을 스탭이라 하는 것도 참 설명하기 어렵지만 언중은 개의하지 않는다. 이미 1940년대부터 스탭이라 했다. 그럼 그걸 인정하면 그만인데 그러지 않고 스태프라 하고 말았으니 사전 따로 현실 따로다. 사전에는 스태프라 돼 있지만 사람들은 스탭이라 발음한다. 스태프스탭은 뒤에 이어지는 주격조사가 각각 ''와 ''로서 아주 다르다. 사소한 차이가 아닌 것이다. 지금이라도 스태프스탭으로 고치는 게 낫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게 대중의 언어생활을 편하게 해준다.


c1.png 이미 1940년대부터 '스탭'이라 했다
c2.png '스태프'라 하기도 했다



g_ib9Ud018svcjqjv5ut1qn2x_hgt0e.jpg '스태프'는 정말 발음하기 거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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