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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z는 '지'로 자리잡았다

by 김세중

MZ세대라는 말이 부쩍 널리 쓰이고 있다. 글자로는 MZ라고 쓰는데 읽을 때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 Z의 발음이 문제다. 빅카인즈의 기사 검색을 해 보니 엠지세대가 100건, 엠제트세대가 49건이 나왔다. 엠지세대가 압도적일 것 같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엠지세대엠제트세대보다 훨씬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엠제트세대도 꽤나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 왜 엠지, 엠제트가 공존하나.


z라는 영어 알파벳은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의 발음이 다르다. 영국 영어에서는 [zéd]로 발음하지만 미국 영어에서는 [zíː]로 발음한다. 그동안 영국 영어를 따라 z를 '제트'라고 해 왔지만 그건 지난 이야기다. 지금 우리는 미국 영어로부터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엠지세대라고 한다. 엠제트세대보다 엠지세대가 훨씬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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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국어사전에서 z라는 영어 알파벳 자모 이름을 '제트'라고 할 뿐 ''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어사전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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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찾아보면 자모 g의 이름이라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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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MZ세대를 한글로 엠지세대라 적고 발음을 [엠지세대]라고 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엄연한 발음 현실을 무시하나. 그럴 수는 없지 않나. [엠지세대]라는 발음은 잘못된 발음이니 [엠제트세대]라고 해야 한다고 말할 것인가.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z의 자모 이름을 '제트'로 한정하는 것은 문제 있다. 어느샌가 언중들 사이에서 z를 ''로 하는 관행이 자리잡았다. 국어사전이 그걸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좀 걸리는 문제가 있다면 그럴 경우 g도 '', z도 '가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뜻이 다른데 소리가 같아진다. 그러나 걱정은 되지만 동음이의어는 언어에서 흔한 현상이다. 동음이의어가 싫어서 엄연히 [엠지세대]라고 발음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무시할 수는 없다.


r을 '아르'와 '' 둘 인정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그거야말로 어느 하나만을 표준으로 삼아야 한다.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z는 다르다. 영국 영어, 미국 영어의 발음이 다르니 '제트', ''를 다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마징가 제트'를 '마징가 지'라 할 수 없는 것처럼 MZ세대를 '엠제트세대'라 하라고 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미국 영어의 힘은 충분히 세졌고 그걸 거스를 수 없다. z의 이름에 ''를 추가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MZ세대를 '엠지세대'라 발음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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