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은 정확해야
설을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다. 어렸을 땐 정월 대보름이 떠들썩했다. 부럼을 깨는 전통이 있어 호두를 깨물어 먹곤 했다. 잣도 부럼의 하나였다. 모두 참 딱딱한 열매들이다. 밭둑에 불을 놓기도 했다. 깡통에 불을 넣어 휘휘 돌렸다. 다 희미한 옛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요즘 도시 생활에서 밭둑에 불을 놓을 일도 없거니와 부럼이란 피부에 종기가 나지 않기를 비는 뜻에서 깨는 건데 요즘 피부에 종기 나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풍습은 변하기 마련이다. 너무 확 바뀌어서 문제다. 세상이 이렇게 많이 변할 줄은 미처 상상 못 했다.
대보름을 맞아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보름을 음력 정월 보름날을 명절로 이르는 말이란다.
대보름은 정월 보름날만 대보름일까. 가을의 추석은 어떤가. 추석은 음력 팔월 보름날인데 그때는 대보름이라 하지 않나? 그런데 같은 사전을 찾아보니 팔월대보름이 표제어에 있다. 다음과 같다.
대보름을 정월 보름날이라면서 팔월대보름은 뭔가. 서로 충돌하지 않나. 충돌을 피하려면 대보름을 '음력 정월 보름날과 음력 팔월 보름날'을 이르는 말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정월 보름날 달도 휘영청 밝지만 추석 때 보름달도 그 못지않게 밝지 않나. 정월 대보름을 맞아 국어사전의 대보름을 찾아보며 국어사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전은 정확성이 생명이다. 흠이 잡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