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하기가 이리 어려운가
한 칼럼니스트의 글을 읽으며 과연 좋은 글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필자는 2017년에 '품격 있는 글쓰기'란 책을 낸 바 있다. 신문 사설의 글을 분석한 내용이었다. 오늘 신문의 칼럼을 읽으며 여전히 글쓰기란 쉽지 않구나 하는 느낌을 갖는다.
먼저 다음 대목은 과연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겠나 싶다.
우리 사회의 갈등이 극심함을 표현한 것인데 글쓴이의 의도는 짐작이 되지만 잘 수용이 되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는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인가. 많이 얼떨떨하다. 다음 단락은 더욱 이상하다.
대체 무슨 말인지를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 부모들의 테스트는 누가 누구에게 하는 테스트인가. 공무원이 전사자의 부모에게 하는 행동 테스트인가. 전사자의 부모가 받는 테스트인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마 전사 사실을 전사자 가족에게 알리는 공무원이 제대로 진심을 담아 알리는지에 대한 테스트인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왜 '부모 테스트'일까.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느 미국 기자는 “한국이 ‘민주적 경제 발전’을 성취했기 때문에 6·25 참전 미군 희생자의 ‘부모 테스트’를 떳떳하게 통과할 수 있는 특별한 예외가 됐다“고 했다."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이 전사자의 가족에게 전사 사실을 알리는 공무원에 비유된 건가. 내가 독해력이 모자란 건지 글쓴이가 글을 너무 어렵게 썼는지 갈피를 못 잡겠다. 좀 더 알기 쉽게 글을 썼으면 좋겠다. 너무 미주알고주알 친절하게 풀어 쓰면 글이 지루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몇 단계 훌쩍 건너뛰어 버리면 도무지 필자의 의도를 알아채기 어렵다. '적당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