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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밭

귀가가 즐거운 것은

먹어야 산다

by 김세중

매일 퇴근이 즐겁다. 지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아늑하고 포근한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귀가가 즐거운 것은 저녁식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저녁식사가 기다려지나?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나만의 이유가 있다.


아이들이 출가했거나 나가서 사니 두 식구뿐이다. 내가 집에 들어서면 집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외출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면 없고 그렇지 않으면 집에 있다. 집사람이 집에 있으면 그녀가 맛있는 저녁식사를 만들어 주니 즐겁고 집에 없으면 내가 해먹으면 되니 즐겁다.


언제부턴가 직접 해먹는 밥에 재미를 느꼈다. 주로 만들어 먹는 식사는 떡라면이다. 라면을 주재료로 하지만 거기에 떡국을 넣기도 하고 만두를 넣기도 한다. 보통은 둘 다를 넣는다. 떡국을 한 움큼, 만두도 한두 개... 나이를 먹어선지 많이 못 먹는다. 전엔 라면을 한 개 다 넣다가 요즘은 반 개만 넣는다. 라면 반 개라도 만두와 떡국이 들어가면 양은 충분하다.


떡라면이 맛있으려면 야채가 곁들여져야 한다. 파와 양파는 필수다. 그밖에 새송이버섯이 있으면 그저 그만이고 양배추나 각종 야채는 뭐든 좋다. 콩나물도 괜찮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계란이다. 이렇게 면과 떡국, 만두와 각종 야채, 계란이 들어간 라면이 맛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 집으로 향하면서 발걸음이 가볍고 잔뜩 기대가 되는 것이다. 집사람이 있으면 있는 대로 좋고 없으면 없는 대로 내가 해먹을 수 있으니 좋다. 냉장고를 열면 이런저런 재료가 곳곳에 있다. 살면서 먹는 재미를 빼면 남는 게 뭘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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