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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방록

다시 찾은 국립수목원

수국, 산수국은 아름다웠다

by 김세중

6월 마지막 주말에 국립수목원을 찾았었다. 그런데 다음 주말에 또 국립수목원을 방문했다. 진접에서 걸어서 가는 진입로를 확실히 알고 싶었고 무엇보다 수목원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입로는 쉽게 알아냈다. 부평교를 건너서 다리 밑으로 난 보행자, 자전거 겸용 도로를 발견했다. 그 길을 따라가니 봉선사까지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었다. 이런 편한 길을 놓아두고 지난번에는 위태천만하게도 차들이 다니는 도로 가장자리를 조심스레 걸었었다.


국립수목원에 드디어 들어섰다. 이번에는 냇가를 따로 좁고 호젓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넓은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웅장한 산림박물관이 나오지만 냇가 옆 길로 가면 길이 아기자기하고 볼 게 많다. 수생식물원을 지나 식물진화속을 걷는 정원을 만나고 끄트머리에 이르면 더 갈 수 없다는 표지가 나온다. 평지만 있는 게 아니다. 키작은나무언덕이 있는 곳은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얼마간 힘겹게 오르고 나면 갑자기 전혀 딴 세상에 온 것 같다. 수목원에 이렇게 높은 지대도 있다니! 다행히 벤치가 많아 편안하게 고요함을 즐기며 쉴 수 있다.


언덕을 내려오면 다시 온갖 식물을 만나는데 비비추가 이렇게 종류가 많은 줄 몰랐다. 비비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제각기 모양이 다른 비비추들이 한 지역에 모여 있었다. 건너엔 원추리가 있었는데 꽃이 화사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곳을 지나니 이번엔 만병초다. 나뭇잎이 두툼하면서 길쭉하며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난대식물 온실은 공사중이라 막혀 있어 가볼 수 없었다. 언제 다시 개관할는지...


산림박물관에 이르렀다. 거대한 박물관이다. 전시된 게 참으로 다양해 졸가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나무에 관해 오만 가지가 다 나열돼 있었다. 악기에 관한 전시물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피아노가 현악기란다. 그저 건반악기로 알고 있었는데 피아노에도 현이 있으니 현악기라는 것이다. 피아노는 타악기이면서 현악기요 그래서 건반악기인 모양이다.


박물관을 나와 그 옆 온실로 갔다. 열대온실이다. 아열대식물전시원과 열대식물전시원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이렇게 큰 온실을 본 적이 없다. 창경궁 안에도 온실이 있지만 비교가 안 된다. 아열대식물전시원에서 신기한 걸 많이 보았다. 선인장도 종류가 많고 용설란도 그렇다. 형태가 참으로 가지각색이다. 붉게 핀 수국이 황홀했다. 다실리리온 롱기시뭄이란 식물은 잎이 실처럼 수없는 가닥이 뻗어져 있다. 건너편 열대식물전시원으로 가니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파초과 식물이 버티고 있다. 이것이 큰극락조화인가.


열대온실 부근에 길이 미로처럼 많이 나 있다. 마치 미로 찾기하는 것처럼 뱅글뱅글 돌게도 된다. 한참을 갔는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이렇게 국립수목원을 연속으로 찾았지만 아직 안 가본 데가 많다. 숲생태관찰로도 걸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얻은 수확이 있다. 이제 다음에 수목원을 찾는다면 어떤 코스를 잡아 둘러볼 것인지 감을 잡았다. 그만큼 넓고 넓어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는 코끼리를 좀 더듬다가 말기 십상이다. 7월초 국립수목원에서 산수국, 수국, 원추리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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