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이 제구실을 해야
오늘 한 신문에서 ''깨갱'할 때', ''깨갱' 하며'라는 구절을 보고 뜻밖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깨갱'에 따옴표('')를 했기 때문이다.
대체 왜 '깨갱'에 따옴표를 했을까. 뭔가 강조하고 싶어서? 그러나 이유는 딴 데 있어 보였다. 국어사전에 '깨갱하다'라는 말이 없다. 만일 국어사전에 '깨갱하다'라는 말이 있다면 굳이 '깨갱'에 따옴표를 했을까. 따옴표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우리는 '울컥하다', '움찔하다', '우쭐하다' 같은 말을 쓸 때 '울컥', '움찔', '우쭐'에 따옴표를 하지 않는다. 따옴표 없이 그냥 '울컥하다', '움찔하다', '우쭐하다'를 쓴다. 왜냐하면 '울컥하다', '움찔하다', '우쭐하다'가 국어사전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굳이 '울컥', '움찔', '우쭐'에 따옴표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같은 구성으로 보이는 '깨갱하다'에는 '깨갱하다'가 아니라 '깨갱'에 따옴표를 써서 ''깨갱' 하다'라 쓰는 이유는 국어사전에 '깨갱하다'가 없기 때문 아닐까.
예컨대 국어사전에서 '울컥하다'를 찾으면 다음과 같다.
1번 뜻을 보면 '격한 감정이 갑자기 일어나다'라 되어 있다. '깨갱하다'도 '자기보다 힘센 것 앞에서 자세를 낮추다'와 같은 뜻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깨갱하다'는 개만 할 수 있는 행동인가. 아니다. 사람도 깨갱한다.
실제로 위 신문기사에서 제목의 "반려견 '깨갱'할 때"의 '깨갱'은 개가 내는 소리지만 기사 본문의 "수아는 할머니 밤순(이정은)의 효자손 앞에선 ‘깨갱’ 하며 온순해진다"에서는 사람의 행동을 묘사한다. 즉 이때의 '깨갱하다'는 사람이 '깨갱'이라는 소리를 내는 게 아니다. 강자 앞에서 찍소리 못하고 갑자기 양순해지는 것을 가리킨다. '깨갱하다'는 국어사전에 올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신문에서 ''깨갱'할', ''깨갱' 하며'와 같은 생소한 표기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어사전이 제구실을 한다면 따옴표 남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