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야에 묻힌 한 사전 연구가 이야기
오랜 인연이 있는 지인 한 분으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다. 들어 보니 국어사전이 엉망이라는 말씀이었다. 그런데 예로 든 단어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그분이 거론하신 단어들은 내가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었기 때문이다. 대백색, 대록색, 대적색, 대황색, 대흑색 등을 나로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국어사전을 들쳐본 후에야 비로소 그런 말이 국어에 있는 말들임을 알았다. 이랬다.
그분 말씀의 요지는 대(帶)로 시작되는 색깔 이름의 국어사전 처리가 엉망이라는 것이었는데 나는 뭐가 잘못됐다는 것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없었다. 한글 표기가 틀렸다는 것인지, 발음 표시가 잘못이라는 것인지, 하이픈을 잘못 쳤다는 것인지 좀체 짚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야 분명 뭔가 잘못된 데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일테면 대록색이 맞는지 대녹색이 맞는지는 둘째 치더라도 하이픈의 위치만큼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왜 다른 모든 대-색은 대- 다음에 하이픈이 있는데 대백색만은 대 다음에 하이픈이 있느냐 말이다. 즉 대갈색은 대갈-색이고 대백색은 대-백색인 이유가 뭐냐 말이다. 분명 어느 한쪽으로 통일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문제는 어느 쪽이 맞느냐이다. 문제를 지적하신 그분은 대-백색이 맞고 대갈-색, 대록-색, 대회-색 등은 하이픈 위치가 틀렸다고 보는 것 같았다. 내게 보내오신 다음 메모를 보면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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