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불쌍하다
이번 여름휴가 중에 우연히 낚시를 하게 됐다. 강원도에 가뭄이 심해 가곡천이 휑하니 마를 정도였지만 띄엄띄엄 물이 흐르는 구간도 있었다. 겉으로 물이 흐르지 않는 구간은 땅속으로 물이 흐른다고 했다. 물길이 땅속에도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휴가 여행엔 초등 동창 다섯이 함께했다. 모두가 60대 중후반이다. 일행 중에 낚시를 안 해 본 사람은 필자뿐이었다. 다들 낚시에 나름 일가견이 있었다. 특히 한 친구는 낚시에 한동안 빠져서 온갖 종류의 낚시를 다 해본 이였다. 그가 어느 해 여름 섬진강에 들어가 낚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의 낚시 복장에 감탄한 적이 있었다. 온몸을 휘감은 방수가 되는 옷이었는데 신발과 바지가 일체형임은 물론 가슴까지 오는 방수복이었고 가슴에는 의사들 가운처럼 낚시도구를 넣을 수 있는 포켓까지 있었다. 아마 전문 낚시꾼들은 그런 복장을 하나쯤 다 가진 모양이었다.
우리 일행은 각종 낚시 도구를 챙겨서 강으로 나갔다. 플라스틱 어항도 강바닥에 담갔고 우산형 어망인 통발도 역시 담갔다. 그리고 좀 떨어진 곳으로 간 뒤에 한 사람은 뜰채(일행은 '반도'라고 불렀다.)를 들고 피라미 낚시를 시작했다. 나머지는 견지낚시로 피라미를 잡기에 나섰다. 필자는 견지낚시는 물론 그 어떤 낚시도 아직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일행 중 낚시고수가 일러주는 대로 견지낚싯대를 건네받아 물속에 넣었다. 그리고 까딱까딱 낚싯대를 흔들었다. 얼마 되지 않아 손에 느낌이 왔다. 뭔가 걸려든 것 같았다. 과연 줄을 잡아당기니 피라미 한 마리가 미끼를 물고 끌려왔다.
이런 걸 손맛이라고 하나. 한번 맛을 보니 정신없이 빠져든다. 옆의 친구들은 가끔 가다 한 마리씩 잡히는데 어째 나는 낚싯대를 물속에 넣은 지 얼마 안 돼 덜컥덜컥 고기가 걸리나. 스무 마리는 족히 잡았다. 담그면 담그는 대로 족족 잡히는 느낌이었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를 잡는 격인가. 어찌 낚시 초짜가 이리도 피라미를 잘 잡는단 말인가. 더구나 옆에서 자꾸 칭찬을 하니 계속해서 자꾸만 더 잡고 싶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내가 바로 그 꼴이었다.
난 알았다. 낚시란 조사(釣士)와 물고기 사이의 고도의 심리전이란 걸... 고기를 잡기 위해선 가만 있어선 안 된다. 가만 있으면 고기가 미끼를 잘 물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 목표물보다는 움직이는 목표물에 물고기는 도전욕을 느끼는 것 같다. "어쭈, 저거 봐라" 하면서 물고기는 미끼를 물려고 대드는 게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물고기를 약올려야 하고 약오른 물고기는 덥석 미끼를 낚아채려고 달려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미끼를 문 물고기가 다 끌려 당겨져 오는 건 아니다. 뒤늦게 '아차' 싶은 물고기들은 필사적으로 미끼를 놓으려고 발버둥을 치기 마련이고 그중 어떤 놈은 기어이 바늘을 아가리에서 떼내고 탈출에 성공하기도 한다. 아가리 속은 이미 찢어지고 만신창이가 됐겠지만 생명을 통째로 헌납하는 것보다야 나음은 물론이다. 분명 잡힌 줄 알았더니 낚싯줄을 다 감아보니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다.
이번에 낚시 생초보가 어쩌다 피라미를 많이 잡긴 했지만 낚시의 길에 들어설 일은 없을 것이다. 낚시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인간의 활동도 드물지만 난 평소 낚시에 늘 부정적이었다. 평소 해물 요리를 즐기긴 해도 파닥파닥 자유롭게 살아가는 물속 생물을 무참히 잡아서 내 잇속을 차리는 게 늘 개운치가 않았다. 물고기나 사람이나 생명체인 건 매한가지 아닌가. 사람이 제 목숨은 그리 소중히 여기면서 물고기 생명은 그토록 하찮게 여겨도 되나.
요즘 개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인식이 참으로 많이 바뀌었다. 식구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이다. 그런데 물고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좋은 식용 자원으로 생각한다. 어항 속 금붕어 말고 말이다. 동물보호법이라는 법률이 있다. 포유류와 조류는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게 돼 있다. 소, 돼지 등은 포유류로서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다. 그래서 일테면 도축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동물보호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도축할 수 있다.
그런데 어류는 포유류, 조류와 달리 동물보호법의 무조건적인 적용 대상이 아니고 동물보호법 제2조 제1호 다목 "파충류ㆍ양서류ㆍ어류 중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에서 보는 것처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어류만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이다. 인간이 동물도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관상용 어류만 소중하고 이쁨을 받아야 하나. 물속에 사는 모든 물고기들은 생을 맘껏 누릴 권리가 있다. 천수를 다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비록 지난 주말 강원도 삼척 가곡천에서 실컷 피라미를 잡아보았지만 다시 낚시를 할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물고기가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