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삼척, 태백 이야기
모처럼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광복절부터 시작된 사흘 연휴를 맘껏 즐겼다. 다섯 명의 초등 동창은 8월 15일 새벽부터 설쳤다. 모두 각자 집을 나와 지하철 첫차를 타고 석계역으로 향했고 약속된 7시가 되자 카니발 한 대에 타고 일행은 서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2박 3일 중 첫날은 삼척시 원덕읍의 가곡천 병풍바위야영장, 둘쨋날은 삼척시 가곡면 덕풍계곡의 별빛야영장을 예약해 두었다.
중부고속도로 호법을 지나 얼마간 더 달리다가 38번 국도로 빠져나왔고 아침 식사는 국도변 한 식당에서 했다. 제천을 통과하고 영월도 지나고 태백으로 들어섰다. 태백시는 해발 고도가 900미터가 넘는 고원 도시다. 여러 해 전에 강의를 위해 일주일 머문 곳이기도 해서 친근한 느낌이다. 황지연못 부근에 차를 세운 뒤 낙동강 발원지인 연못도 구경하고 근처 중국집에서 짬뽕으로 점심을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차에 올라 통리를 지나고 산길을 달려 삼척시 가곡면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조짐이 이상하다. 가곡천에 물이 말라 있었다. 동해안 지역에 가뭄이 있단 얘기는 있었으나 눈으로 확인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싶다. 예약해 둔 병풍바위야영장을 향해 달리는데 가곡천의 하천 폭이 넓긴 했지만 도무지 물이 잘 안 보인다. 바닥은 말라 있었고 온통 자갈밭이었다. 드디어 다리를 건너 병풍바위야영장에 닿았다. 솔밭에 자리한 야영장은 참으로 널찍했다. 데크와 데크 사이는 아주 넓었다.
우리 일행은 일부 짐을 꺼내 놓고 낚시 장비를 챙겨서 야영장을 나와 바다쪽 하류 방향으로 좀 더 달렸다. 그리고 한 다리를 건너 차를 세워 놓고 강으로 내려갔다. 제법 물이 흐르고 있었고 피라미 떼가 버글버글했다. 우린 '여기다!' 하고 낚시 준비에 들어갔다. 어항에 떡밥을 넣고 가만히 물속에 내려놓았고 그물 통발에도 역시 떡밥을 놓고 물속에 잠수시켰다. 그리고 근처 강으로 들어갔다. 견지낚시가 시작됐고 한 사람은 반도(뜰채)로 피라미 낚시에 나섰다.
약 한 시간 동안 수십 마리의 피라미를 견지낚시로 잡았다. 반도로는 한 마리도 못 잡았다. 어쨌거나 매운탕거리로는 충분한 양이었다. 한 사람이 피라미 배를 즉석에서 딴 뒤 어항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그물 통발에 단 한 마리가 들어와 있었을 뿐이었다. 역시 피라미 낚시는 견지낚시로 해야 함을 깨달았다. 필자는 이날 낚시라고는 생전 처음 해보았으나 수십 마리를 잡은 것 같다. 낚시란 낚시꾼과 고기의 치열한 수싸움임을 알았다. 고기를 자극하고 도발시켜야 고기를 잡을 수 있음을 감 잡았다.
일행은 야영장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했다. 매운탕을 끓였고 태백의 하나로마트에서 사 온 삼겹살을 구웠다. 양주, 맥주, 소주를 섞어 마시고 대취했다. 병풍바위야영장에서 캠핑 의자를 펼쳐 놓고 몸을 기대니 더없이 아늑하다. 이렇게 보드라운 바람을 느껴본 적이 과연 있었던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운 바람이 살갗을 끊임없이 간지럽혔다. 소리는 녹음할 수 있고 경치는 사진 찍을 수 있지만 이 보드라운 바람의 촉감은 도저히 담을 방법이 없다. 더구나 바람은 담아 가지고 갈 수도 없지 않나. 밤이 깊으니 하늘엔 별도 참 많기도 해라. 서울에선 좀체 보지 못하는 광경이었다.
우리는 두 동의 텐트를 쳤다. 네 사람은 큰 텐트에, 필자는 자그마한 텐트에서 혼자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라면 맛이 또한 일품이었다. 전날 마트에서 사 온 파와 야채를 듬뿍 넣었더니 그랬을 것이다. 커피까지 끓여 마신 뒤 야영장에서 철수했다. 동해안으로 향했다. 동해안 가기 전에 원덕읍 산양리의 산골 마을을 한 곳 둘러보았다. 참으로 깊은 골에 마을이 있었다. 산속에서 송이를 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고 했다.
호산을 지나 남쪽으로 차를 몰아 산을 넘으니 경북 울진이었다. 원자력발전소 지구를 지나 죽변에 들어섰다. 죽변은 여간 활기차지 않았다. 수산시장 옆을 지나 죽변등대공원에 올랐다. 차를 세운 뒤 등대에 접근했다. 등대는 접근이 불가했고 더 이상 안내판에 보이지 않아 일행은 되돌아나왔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일행 중 한 친구가 홀로 남아 등대 밑으로 내려가는 길을 발견했고 우릴 불렀다. 그가 있는 곳으로 가니 소나무 숲 사이로 일망무제 동해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악 소리가 절로 났다. 날씨까지 청명했으니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동해바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무계단을 따라 바다로 내려오니 해안 가로 해안스카이레일 위로 딱정벌레 같은 귀여운 차가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 사람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빠른 정도로 레일 위를 차가 다니고 있었다. 종점에 이르니 스카이레일을 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타기를 포기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와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해수욕을 했다. 동해 바다에 몸을 담갔다. 파도가 꾸준히 밀려왔다가 되나갔다. 근처에는 20여 년 전에 SBS가 방영했던 폭풍 속으로 촬영지가 있었다. 그때 이용된 작은 집은 관광객들이 바다를 조망하는 집으로 쓰이고 있었다. 모래사장이 있는 전형적인 해수욕장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죽변등대공원 아래에 간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수산시장쪽으로 향했다. 드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한 식당에 들어가 물회를 먹었다. 제법 회가 많이 들어 있었다. 이어서 수산시장으로 가 회를 3kg 샀다. 이제 죽변을 떠난다. 커피 한 잔 할 데를 찾아 다시 강원도 삼척 원덕읍 호산으로 들어왔는데 활기찬 죽변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마땅히 차를 마실 만한 카페 찾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차에 올라 덕풍계곡으로 향하다 길가의 카페에 들러 여유 있게 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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