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염치는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우나

카톡을 생각한다

by 김세중

얼마 전 서울대 사범대에 새로운 전공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했다. 학습과학이라는 전공인데 이 전공을 마치고 나면 중고등학교 교사 자격증이 나오지 않는단다. 그런데도 왜 이런 전공이 사범대에 생겼을까. 앞으로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평생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이미 왔는지도 모른다) 그런 시대에 사람들로 하여금 학습의 길로 이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게 끝이 아니고 평생 배우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도래했으니 과연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만큼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놀라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지식이 전부인가 하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물론 지식이 중요하다.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지식도 중요하지만 양식, 상식, 예의가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양식, 상식, 예의는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우나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최근에 한 지인과의 관계에서 겪은 일 때문이다.


그는 혼자 출판사를 꾸리고 있는 이인데 내 고등학교 동창이 소개해 줘서 알게 됐다. 그가 책을 한 권 출판하려고 준비 중인데 원고의 교열을 부탁할 거니 도와주면 좋겠다고 동창이 말했고 나는 그러마 했다. 과연 어느 날 낯선 사람으로부터 문자가 왔는데 원고 교열을 부탁하는 내용이었고 그는 바로 내 동창이 다리를 놓아준 출판인이었다.


원고 파일이 카톡 첨부 파일로 왔고 내가 교열한 원고를 그에게 전해줄 겸 몇 차례 만났다. 저녁을 같이 먹었고 원고 교열과 관련해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했고 한 달여 전 마지막으로 만났다. 그런데 나도 그에게 부탁할 게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그에게 그가 잘 아는 한 인사를 내가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는 흔쾌히 수락했고 자기가 그 사람에게 연락한 뒤 가부 여부를 3주쯤 후에 내게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약속했던 3주가 지났고 그리고 다시 3주 이상 더 지났지만 그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약 한 달 반 뒤인 어제 그로부터 카톡이 왔는데 출판할 책의 원고 최종 교열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한 부탁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아무 말이 없이 자기 필요한 것만 달랑 카톡으로 부탁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나.


설령 내가 그에게 아무 부탁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기가 아쉬워서 부탁을 하는 것이므로 한 달 반 정도가 지났으면 안부를 물을 겸이라도 전화를 걸어 부탁을 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되는데 달랑 카톡 몇 줄로 또 내게 일을 떠안기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그동안 그를 대했던 살가웠던 태도와 달리 건조하게 사무적으로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는 나의 불쾌감을 그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또 카톡으로 고맙다며 몇 마디 말을 해 왔다. 이번에는 나는 아예 카톡 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카톡질은 계속됐다. 또 무슨 자기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카톡으로 해 왔다.


부탁받은 최종 교열은 열심히 하는 중이다. 그래서 교열을 마친 뒤 그에게 전달할 것이다. 이제까지도 무료봉사했지만 이번 최종 교열도 그는 여전히 그걸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교열을 끝으로 그와의 거래는 끊을 참이다. 이렇게 염치없는 사람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카톡이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말도 못 하게 편리하다. 그러나 매사를 카톡으로 처리하려는 사람을 가끔 본다. 카톡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무성의의 극치로 느껴질 때가 있다. 사안에 따라서 만나서 할 얘기, 전화로 할 얘기, 카톡으로 할 얘기가 따로 있다고 생각된다. 카톡으로 하면 될 얘기를 굳이 만나서 할 필요는 없다. 사소한 이야기라면 카톡으로 하면 된다. 반대로, 만나서 정중히 할 얘기나 적어도 전화를 걸어서 할 얘기를 카톡으로 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건 예가 아니다. 그 경중을 구분 못하면 인간관계가 원만치 못할 것은 번하다.


지식은 배울 데가 많이 있겠지만 양식과 예의는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우나.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예전에는 서당의 훈장이 지식만 가르치지 않았다고 한다. 예절을 엄하게 가르친 것으로 안다. 요즘 학교에서는 예절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세상이 지식 교육만 강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품성, 교양 같은 덕목은 중요하지 않나. 그게 경시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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