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밭

인공지능은 의논 상대가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흥미진진하다

by 김세중

최근 나는 새로 쓸 책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미 펴낸 두 권의 책(<민법의 비문>과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이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 이유가 너무 저자의 학술적 관점만 강조하고 독자의 눈높이와 처지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책을 끝까지 읽어낼 사람이 거의 없었다.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서술 방식을 취했던 것이다. 그래서 새로 쓰는 책은 독자가 공감할 수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 위주로 쓰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앞세우기로 했다. 일테면 맞춤법 틀린 것은 누구나 틀린 줄 알 수 있으니 그런 것을 먼저 내세우는 것이다. 앞서 낸 두 권의 책에서 맞춤법 어긴 것은 맨 끝에 두었고 이해하기 어렵고 골치 아픈 문법 위반 사례를 앞에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그렇게 한 이유가 없지 않았다. 문법을 어긴 문장은 뜻을 파악하기 어려우니 그게 더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맞춤법을 어긴 사례는 많지도 않았지만 뜻을 파악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 않나 말이다. 그러나 그건 나의 생각일 뿐이었다. 독자는 문법을 따지기를 골치 아파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어쨌든 책의 서술 방식을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장해 나가는 쪽으로 굳혔다. 그리고 책의 제목도 짧고 선명했으면 좋겠다 싶어 잠정적으로 "6법은 엉망입니다"를 떠올렸다. 이보다 독자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알기 쉬운 제목이 또 있겠나 싶을 정도로 던지는 메시지가 뚜렷하지 않은가. 그러나 께름칙한 구석이 있었으니 '엉망'이라는 말이 비속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알기 쉬워도 책의 가치와 품격을 떨어뜨린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 점에 대해 인공지능에 물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법률인 6법의 법조문에 숱한 맞춤법과 문법의 오류가 들어 있어 이를 지적하고 조속한 개선을 요구하는 책을 쓰고 있다. 책의 제목으로 "6법은 엉망입니다"가 어떤가? '엉망'이 책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 있어 보이는데 다른 대안이 있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가? "6법은 허점투성이입니다"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6법은 문제투성이입니다"는 어떤가? 다른 대안이 있으면 추천해달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물어보았는데 몇 인공지능은 한결같이 불과 몇 초 안에 답을 쏟아냈다. 어떤 인공지능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반대로 어떤 인공지능은 매우 창의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사실'의 확인이나 제공이 아닌 '의견' 제시도 인공지능은 꽤 높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내가 매료된 인공지능의 답을 일부 제시한다.


h_ce6Ud018svc1iub7u3jpro4p_hgt0e.png


이 열 가지 대안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6법의 문장이 아프다 같은 제목은 꽤 신선하고 참신해 보인다. 요컨대 인공지능은 사실 제공만이 아니라 의견 제시에서도 상당한 역량을 발휘함을 알 수 있었다. 사실은 정해져 있고 인공지능 사이에 답변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클 수도 없고 커서도 안 된다), 의견이야 천차만별인 게 당연하다. 인공지능도 지능의 차이가 커 보인다. 어쨌거나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자못 흥미진진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누나의 꿈 (2) 내 생일이 언제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