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읍뱃터까지 가다
토요일날 버스를 타고 제3연륙교를 건넜다. 그리고 내친 김에 인천공항까지 가서 자기부상열차도 타보고 왔다. 그런데 오기가 발동했다. 버스 타고 다리를 건넜으니 제대로 다리를 본 게 아니다. 안 본 거나 진배없다고 생각돼 오늘 다시 제3연륙교를 찾았다.
전날처럼 석남역까지 간 뒤에 이번에는 7번 버스를 탔다. 이 버스는 북항배후로 입구를 지나는데 그곳이 제3연륙교에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이다. 내가 탄 버스는 북항배후로 입구를 그냥 지나치더니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주었다. 부근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집도 없고 오가는 사람도 없다. 몇 백 미터를 걸으니 비로소 제3연륙교 올라가는 길이 나타났다. 아스팔트에 보행자와 자전거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다리 초입인데도 벌써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바닥에는 SKY WAY라 적혀 있었다. 제3연륙교를 건너는 보행자와 자전거 겸용 길의 이름이 SKY WAY인 모양이다.
오르막이었지만 경사는 완만해서 걷기 편했다. 도로의 폭도 꽤 넓었는데 4미터 정도 되어 보였다. 본격적으로 다리 위를 걷기 시작했는데 아득히 인천대교가 보였다. 고개를 돌려 반대편을 보니 영종대교는 한결 가까이 있었다.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사이에 놓인 이 다리도 어서 이름이 정해졌으면 한다. 제3한강교라 불리던 다리가 한남대교가 됐고 제2한강교는 양화대교가 된 것처럼 제3연륙교도 어서 제 이름을 가져야겠다. 청라와 영종도를 잇는 다리니 청영대교라 하면 어떻겠는가.
주탑이 둘 있었다. 처음 나타나는 주탑 위에 전망대가 위치했다. 그러나 기네스북에도 올랐다는 전망대는 정작 아직 문도 열지 않았다. 공사가 덜 됐기 때문이다. 몇 달은 더 걸릴 것 같다. 완공되지도 않은 전망대가 어떻게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는지, 기네스북을 믿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제3연륙교는 자동차와 사람의 통행은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공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제1 주탑 주변에 공사 자재가 널려 있었다.
한편 장점도 한둘이 아니었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이용하는 길의 폭이 상당히 널찍해서 우선 좋았다. 일테면 강화도로 건너갈 수 있는 초지대교 같은 경우 폭이 1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제3연륙교는 너무나 시원스레 넓어 세계 어디 내놓아도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다만 보행자와 자전거길을 구분 짓는 점선 같은 걸 그어 두면 어떨까 하는 바램은 있다. 그리고 인천대교의 경우 바다로 뛰어내린 사람이 숱하게 있었지만 제3연륙교엔 워낙 높은 펜스가 쳐져 있어 펜스를 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안전시설이 참 잘 돼 있다. 자동차 도로의 경우에는 오토바이도 다닐 수 있다. 더욱이 스마트톨링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요금 내느라 속도를 줄일 이유가 조금도 없다. 그냥 달리면 된다.
아득하게 보였던 다리 끝이 점점 다가왔다. 영종도 쪽으로 넘어오니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거기서 구읍뱃터까지는 완전한 평지였다. 바닷가를 따라 걸었다. 물치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이 섬은 일제 때 작약도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최근에 다시 물치도로 환원되었단다. 전에는 관광객들이 섬으로 건너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무인도로 남아 있어 보였다. 구읍뱃터 가까이 오니 여간 번화하지 않았다. 예전에 어촌이었음을 보여주는 어선 몇 척이 묶여 있었고 우후죽순처럼 솟은 빌딩은 온통 음식점들로 가득했다. 김찬삼세계여행문화원의 흔적을 찾아보려는 생각이 부질없었음을 곧 깨달았다. 가히 상전벽해였으니까 말이다.
한 식당에 들어가 칼국수로 점심을 한 뒤에 다시 오던 길로 걷기 시작했다. 구읍뱃터에서 제3연륙교를 건너는 방법은 오직 걷는 수밖에 없었다. 버스는 없었다. 1월 11일의 날씨는 매서웠다. 다행히 단단히 차려입고 나왔기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춥긴 했지만 날씨가 쨍하고 맑아 사진을 제법 건질 수 있었다. 저 멀리 서쪽으로 강화도 마니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까마득히 멀어 보이던 두 주탑도 어느새 다가왔고 다시 내리막을 내려와 북항배후로 입구에 다다랐다. 버스정류장은 사람이 없어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다행히 63번 버스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빵 하고 경적을 울려주었다. 타라는 신호였다. 냉큼 올라타 청라지구를 통과한 뒤 약 40분이 걸려 제물포역에서 내렸다.
1년 중 가장 춥다 싶은 때에 걸어서 영종도 제3연륙교를 왕복해 보았다. 청라 쪽이나 영종도 쪽이나 다리 끝 부분에 버스정류장도 없고 식당이나 카페 또는 편의점 같은 것도 없는 게 좀 아쉽다. 차차 나아지려나 모르겠다. 그러나 다리 하나는 참 잘 만들었다. 아예 자동차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한 인천대교, 영종대교와 달리 보행자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진 건 여간 다행이 아니다. 올 4월에는 전망대도 문을 연다고 하니 다시 찾아올 구실이 생겼다. 어서 다리 이름이 지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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