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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시티의 부티크 호텔

by 손지혜

올드 퀘벡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호텔은 두 가지로 나뉜다. 성곽 안의 호텔과 바깥의 호텔.


아닌가? 샤토 프롱트낙과 그 외의 호텔. 이게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샤토 프롱트낙은 구시가 중심에 우뚝 솟은 퀘벡의 랜드마크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당연한 듯이 이 호텔의 전경과 스위트룸, 그리고 우체통까지 참 야무지게도 찍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의 처칠 수상이 회담을 가졌던 곳으로도 유명한 이곳의 정식이름은 페어몬트 샤토 프롱트낙이다. 그런데 페어몬트는 왜 캐나다를 대표하는 고급호텔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캐나다 태평양 철도(Canadian Pacific Railroad)가 캐나다의 동서횡단철도를 건설하고 주요 기차역을 중심으로 럭셔리 호텔을 지었기 때문이다. 몬트리올의 페어몬트 퀸 엘리자베스는 중앙역인 보나방튀르 (Bonaventure) 건너편에 있고, 토론토나 밴쿠버, 밴프 역시 기차역 근처에 지었다. 오타와의 샤토 로리에는 기차역과 멀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바로 앞에 상원의회로 사용 중인 건물이 1966년까지 기차역이었다. 샤토 프롱트낙의 경우 기차역의 바로 옆은 아니라도 걸어서 갈 거리의의 전망 좋은 위치에 자리 잡았으니 역세권(?)이라고 할만하지 않나? 이 호텔들이 후에 페어몬트(Fairmont)사와의 합병으로 페어몬트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내게 샤토 프롱트낙은 밖에서 사진 찍는 곳, 퀘벡에는 작고 좋은 호텔이 제법 많이 있다. 힐튼 호텔과 메리엇, 델타 등의 큰 호텔은 퀘벡 성곽의 바깥에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구시가 안에 새로 큰 건물을 지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성문 바로 앞이지만 그 길을 건너는 한 끗 차이가 꽤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퀘벡에 갈 때마다 오래된 거리의 작은 호텔을 찾아 나서곤 했다. 이번에는 컨벤션에서 멀지 않고 이름부터 독특한 Atypic호텔을 예약했다.


호텔과 호스텔 사이, Atypic

딸아이만 컨벤션에 보내고 혼자 체크인을 했다. 피곤을 풀려고 욕조에 물을 담아 목욕을 시작하는데 아이가 일찍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샤워커튼을 급하게 쳤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리는 딸의 당황한 목소리.


"이게 뭐야?"

이름부터가 평범하지 않다는 뜻이라서 호기심을 갖게 되었던 호텔, 겉은 옛날 건물 그대로인데 안에는 레노베이션을 한 지 얼마 안 됐는지 깔끔하다. 방은 2층이었지만 짐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불렀는데 버튼을 아주 오래 눌러서야 겨우 도착했다. 문을 당겨서 열고 들어가서 올라가는 동안 벽에 몸이 갈릴까 봐 뒤에 바짝 붙어 섰다. 사람이 탈 게 못되는데, 그렇다고 짐만 보낼 수도 없는 엘리베이터.

그렇게 찾아간 방은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사진으로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는데, 바로 문 열자마자 화장실이라는 것이었다. 침실이 작아서 낮에는 침대를 위에 올려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변기와 욕조 사이를 지나가야 한다는 건 몰랐다. 좀 당혹스럽기는 했어도 복도에서 나는 소리가 잠자리를 방해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옛날 건물 구조를 그대로 활용한 돌벽과 유리문이 있는 미니 냉장고에 내 레고 캐리어가 묘하게 어울리는 방이었다.

아피크 호텔은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호텔의 장점과 공동생활을 하는 호스텔의 장점을 갖춘 곳이다. 오래된 지층의 일부가 그대로 드러난 지하에는 세탁기와 다리미가 있고, 1층의 주방에는 밀가루나 식용유 같은 기본적인 재료는 물론,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계란과 빵, 시리얼 등이 늘 있다. 거기서 커피 한 잔을 내려받아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며 마시는 분위기도 꽤 괜찮았다.

샤토 프롱트낙이 보이는 옥상은 사계절 모두 개방되는지 올라가는 계단에 열선이 깔려 있었다. 프런트에서 마시멜로를 얻어다가 구워 먹고 있자니 비로소 여행을 온 기분이 났다.


오베르주 뒤 트레조 (Auberge du Tresor)


쌩딴 Sainte Anne 길과 뒤 트레조 Du Tresor 길이 만나는 곳에 3성급 호텔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오뗄 생딴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오베르주 뒤 트레조다. 빨강 지붕이 인상적인 이 호텔의 1층에는 Bistro 1640이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왜 이름이 비스트로 1640인고 하면 물론 이 건물의 역사가 1640년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역사적인 건물인 만큼 위치도 구시가 한복판에 있다. 얼마나 중심에 가까우냐 하면, 구글에서 old quebec city로 검색하면 빨간색 풍선이 호텔 바로 옆에 찍힐 정도라고나 할까. 그리고 바로 뒤 트레조 길로 말하자면 주로 판화작품을 비롯해 작은 그림을 파는 노점상이 들어차 있는 작은 골목인데 아직 날이 추워서인지 문 연 곳이 하나도 없었다.


이곳에 묵어본 것은 6년 전이어서 안쪽 시설은 자세히 기억이 안 나지만 복도는 카펫이 깔려 있는 오래된 건물 느낌이 났어도 객실은 깔끔했었다. 요즘 구글 리뷰도 좋은 걸 보면 여전히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뗄 테라스 뒤페린 (Hotel Terasse Dufferin)

이곳이야말로 십 년도 더 전에 갔었던 곳이지만 세 번쯤은 묵어봤으니까 소개를 하고 싶은 호텔, 뒤페린 테라스를 바라보고 있어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호텔이다. 게다가 호텔 바로 옆에는 주차장이 있다. 자리가 비좁은 퀘벡의 구시가 안에서는 아주 특별한 장점이 아닐 수가 없는데 이제는 약간의 주차비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작고 오래된 호텔 안에는 특이하게 패밀리 룸이 있다. 오래전 기억이지만 계단으로 올라가서 위에 침대가 더 있어서 대가족이 머물기에 충분했다.


Dufferin이 뒤프렝이 아닌 이유는 캐나다 총독으로 온 영국인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퀘벡은 뉴프랑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인데다 프랑스 이름처럼 생긴 탓에 뒤프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테라스 뒤페린에 서면 생로랑 강의 폭이 동쪽으로 갈수록 넓게 퍼지는 것이 금방 바다라도 만날 것 같지만 대서양까지는 아직 머나먼 길이 남았다. 프랑스인들이 배를 타고 건너온 그 길을 되짚어 강을 따라가 볼 날이 한 번은 올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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