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오사카로

by 손지혜

캐나다에서 도쿄까지 직항이 1100달러(백만 원 남짓)밖에 안 해?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에 갑자기 빠지는 비행기 티켓값을 보고 일본행을 결정했다. 캐나다, 그것도 동부에서 일본으로, 태평양 건너는 일이 바람 따라 떠날 쉬운 길도 아닌데 작은 아이 학교가 시작하기 직전을 이용해 끊어버렸다.


한국에서야 일본 가는 길이 주말을 껴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지만, 캐나다에서 일본에 간다는 건 당연히 삼박사일로 가는 일은 없다. 나는 일본에 간다고 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꼭 다구간으로 비행기를 예약하라고 해둔다. 일본은 긴 나라라서 도쿄나 오사카, 어느 한 곳을 왕복으로 끊으면 다른 도시를 보기가 어려워지니까. 우리는 오키나와에서 삿포로까지 일본을 샘플링하듯 훑었던 지난해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간단하게 오사카 in, 도쿄 out으로 예약했다.


"오사카까지는 토론토에서 가는 비행기가 있는데 그걸로 탈까?"


제미나이에게 물어봤더니 뜻밖에 답변을 내놓았다. 몬트리올에서 도쿄로 가는 비행기가 연착이 되면 오사카로 가는 다른 비행기가 얼마든지 있지만 토론토에서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를 놓쳐버리면 꼬박 이틀을 기다려야 다음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물론 그것도 자리가 있다는 가정하에.


북미에서 딜레이의 대명사로 유명한 에어캐나다는 승객이 모두 일찍 탔는지 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륙했다. 푸시백이나 하고 있으면 다행일 예정시간에 이미 순항고도에 올라가 있었다. 그게 참 기쁘면서도 대견했는데(왜?) 오히려 결국엔 좋은 일이 아니었으니 참 사람일이란 게 알 수가 없다.


원래 착륙할 때 흔들리는 거야 대체로 있는 일이고 괜찮았는데 어쩐지 미적거리며 내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뭔가 도쿄 상공에서 조금 선회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 무렵 착륙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승무원들이 기내 안전교육을 한다.


잠깐, 안전교육을 착륙할 때 또 한다고?

설마... 오늘이 그날인가?


25년 전 텍사스 공항에서 랜딩기어가 하나 나오지 않아 죽을뻔했던 대한항공 사고가 머릿속을 맴돌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나는 그 짧은 시간이 지나고, 흔들렸지만 무사히 공항에 내린 비행기. 여기저기서 나오는 가벼운 박수소리. 밖으로 나오자 비가 갓 멈춘 청량한 오후의 하늘이 보였다. 나는 그만 멀미가 나서 입국심사나 짐을 찾아서 부치는 일도 제대로 못하고 헤매서 공항 직원에게 핀잔을 들었다.


비가 꽤 거셌는지 활주로가 오래 비워졌던 모양이었다. 오사카로 가는 전일본공수 비행기가 딜레이 됐다. 그나마 하네다 공항으로 안 가고 나리타에서 바로 갈아타는 일정이기에 다행이었다. 국내선이라 라운지 갈 생각도 못하고 공항 터미널 벤치에 가방을 베고 누워 설핏 잠이 들었다. 시끄러운 와중에도 귀마개 하나 없이 기절한 듯이.


인생은 언제나 '만약에'의 연속이던가. 에어캐나다가 평소처럼 조금 늦게 도착했거나, 하다못해 예정시간대로 갔다면, 아니면 제미나이가 생각보다 덜 똑똑해서 짧은 구간을 먼저 타서 토론토로 가고 거기서 오사카행 비행기를 타라고 했다면? 한 치 앞도 못 보는 것이 사람 사는 것인데 새삼, 안달낼 것도 없고 너무 후회할 것도 없이, 살아서 도착했음에 감사하고 선물 같은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부록:

아래 사진은 아마존에서 구입한 블루투스 어댑터입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버드와 연결하면 기내 영화를 좋은 음질로 들을 수 있고 비행기 소음도 꽤 막아줍니다. 단, 약간의 딜레이가 있어서 화면하고 살짝 안 맞는 부분은 있는데 그 정도는 참을만해요. 이어폰 두 개까지 연결 가능합니다. 화질이 나빠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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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4_103249.jpg 캐나다의 저가항공 포터의 프로펠러 비행기
20250904_141427.jpg 비행기를 타면 꼭 찍어야 할 것 같은 기내식
20250905_175547.jpg 분명 창가자리를 예약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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