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과 결과는 결국 같은 흐름 속에 있음을....
중요한 것은 과정인가, 결과인가?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시간이 지나며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한때 결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극단적으로 말해 과정이란 단지 결과를 위한 하나의 포장지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선물이라는 알맹이를 확인한 후에는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 포장지처럼 결과가 확인된 순간 과정은 그저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결국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하지, 과정이 훌륭하다고 해서 가산점을 주지는 않으니 말이다. 노력보다 성과가 우선시되는 현실에서 과정이란 단지 거쳐 가는 절차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사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막연히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보다 노력과 성장을 중요시하는 사람을 동경하게 되었다. 학생 시절, 우리는 끊임없이 시험을 치르고 평가받는다. 그런데 정석적인 과정을 밟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시험이라는 것이 한정된 시간 안에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보니,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편법을 쓰거나, 배우지 않은 개념을 응용하거나, 심지어 족보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높은 성적을 얻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현실을 보며 시험이라는 것이 본래의 취지인 ‘배운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단순히 점수를 위한 경쟁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이라는 숫자로 내 지난 시간을 평가받는 것에 회의감을 느꼈고, 그런 사회적 구조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그러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 나는 결과를 완전히 배제하고 사람을 평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아무리 과정이 중요하다고 해도, 결과 없이 과정만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하고 열심히 준비했더라도, 최종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과정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이런 현실이 불편했지만, 점차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는 과정과 결과가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어떻게 보면 결과 역시 과정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단지 사람들이, 사회가 결과를 ‘끝’이라고 정해버렸을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역설적이게도 나는 결과에 크게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가 그 순간 ‘결과’라고 믿는 것은 단지 눈앞의 평가일 뿐, 긴 인생을 놓고 보면 그것조차도 결국 하나의 과정일 뿐이기 때문이다. 과정과 결과는 결국 하나의 흐름 속에 있었음을 어릴 땐 미처 알지 못했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UTU DTD(Up Team is Up, Down Team is Down)’라는 말을 믿는다. 단기적으로 보면 결과가 절대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본질적으로 단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은 꾸준히 성장하여 언젠가는 빛을 발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단단한 실력은 올바른 과정을 거쳐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임을 이제는 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순간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