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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다 때가 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엄마! 나 이제 뺄셈 공부해볼래! 밥 다 먹고 나 빼기 문제 내줘." 라고 말했다. 필자의 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덧셈은 좋아해도 뺄셈은 하기 싫다고 어렵고 재미없다고 하였다. 그런 딸의 갑작스런 선언에 우리 부부 모두 "왜 갑자기?" 라고 물었다. 

 필자의 아이들은 학습지도 하지 않고, 학습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우는 산수 수업이 전부다. 밥 먹다가 또 차로 나들이 다니며 이동하다 서로 덧셈도 내고, 셈도 하고, '구구단을 외자' 게임도 하고 놀듯이 산수를 가르쳤다. 아들은 산수를 좋아해서 덧셈, 뺄셈 어느 걸 내도 재미있게 풀었는데, 딸은 덧셈은 좋아해도 뺄셈은 너무 하기 싫어했다. 그래도 필자와 남편은 아이가 때가 되면 할 거라 믿으며 조금의 강요도 하지 않았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그랬더니 아이가 스스로 뺄셈을 배워보고 싶다며 뺄셈 문제를 내달라고 하는 것이다. 집에 학습지나 문제지가 없기에 빈 A4지에 즉석으로 문제를 내주었다. 아들 산수공부도 그렇게 가르쳤다. 

얼마 전에 SBS 스페셜 <사교육의 딜레마>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그 프로그램에는 사교육 없이 자유롭게 아이들을 키우는 공동체 마을(예꽃제마을) 아이들이 나온다. 아이들은 학교 다녀오면 집에 책가방 던져놓고 이 친구 저 친구 집을 다니며 함께 어울려 노는 게 일상이다. 부모들은 공부도 대학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다. 아이들이 어느 순간 되니 스스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한 부모는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에게 고등학교도 안 가도 된다고, 대학 역시 가지 말라고 평소에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딸이 대학을 가고 싶다고 선언했다. 의외라는 부모님의 표정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 부모님은 아이가 대학을 안 가길 원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가 본인이 원하는 꿈을 따라 그에 맞춰 가는 대학이 옳은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부모가 강요해서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면서 대학을 성적 맞춰 간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간판을 따기 위한 대학이 아닌 아이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곳이 대학이 되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본인 삶을 충분히 고민한 후에 아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 가고 싶은 곳이 대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남들이 다 대학을 가니까'가 아니라 원하는 삶을 가는 한 과정으로서 대학을 가길 바란다. 그 안에서 본인들의 꿈을 맘껏 펼쳤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예꽃재 마을의 아이들은 부모의 공부강요 없이 실컷 놀다가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어 학원을 보내달라고 한다. 본인이 원해서 가는 학원이기에 다른 아이들과 눈빛 자체가, 공부에 임하는 자세부터가 남다르다. 이 아이는 앞으로 얼마나 멋지게 공부를 해낼까 생각하니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꽃은 다 피는 시기가 다르다. 이른 봄에 피는 꽃이 있고, 가을에 피는 꽃이 있고,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 나는 사람도 다 그런 시기가 각각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릇 또한 다르게 태어난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모두 다 다르다. 그런데 그렇게 다른 아이들을 우리는 똑같은 시기에 공부를 시키고 똑같은 때 꽃을 피길 강요한다. 

제 4차산업혁명 시대에 공부만 잘하는 헛 똑똑이는 위험하다. 내 아이의 재능을 이끌어주고 내 아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찾아 나가야만 한다. 못하는 것을 키우면 평범해 지지만 잘하는 것을 키우면 특별해 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 노력한다. 모든 걸 평범하게 해내는 아이는 평범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잘하는 부분, 좋아하는 것을 키운 아이는 분명 그릇이 다른 인재로 커나갈 것이다.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만 시키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를 기다려주고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함께 찾아가다 보면 아이는 본인이 꽃 피울 시기에 피우지 말라고 하여도 알아서 멋지게 꽃망울을 활짝 펼칠 날이 올 것이다. 우리 부모는 그 시기가 오기 전까지 물주고 햇빛 잘 관리해주며 격려해주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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