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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기록자 Jan 19. 2024

매일 다른 공간에서 일하기

떠돌이 작업자

떠돌이 작업자의 고민 

코워킹 스페이스와 같은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해온 지난 몇 년간의 경험들 때문인지, 홀로가 된 요즘도 살짝의 소음이 있는 열린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작년 초쯤 거실을 작업할 수 있는 환경으로 꾸며두긴 했으나 도저히 집에선 집중할 수 없는 병에 걸려, 매주 월요일이 되면 [이번주는 어디로 가서 일을 해야 하지?]와 같은 고민을 하곤 한다.  

아직 뚜렷한 소득이 없는 지금, 매월 고정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구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되기에 카페에서 일을 하는 걸 선호했다.   


한때는 '로컬스티치'라는 공유오피스에서  몇 달간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하고 사용하기도 했다. 

한 달 커피값 비용으로 전 지점에서 일할 수 있다는 큰 메리트가 있는 곳이지만, 진득하지 못한 메뚜기 성향인 내가 거길 제외한 색다른 공간을 찾아다니는 바람에 애써 지불한 비용이 무색해져 버렸다.  



그럼 어떤 공간에서 일이 잘되는 걸까? 

계획과 현실 감각이 전혀 없는 내게 외주일 마저도 똑 떨어지고 나자, 본격적인 가난뱅이 시기가 찾아왔다.  

현실적으로 매일 새로운 카페를 찾아 나설 돈이 사라지자 그제야 비용 부담이 적고 고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소들을 리스트업 하게 되었다. (뭐든 일이 닥쳐야만 정신 차린다..)  

그마저도 한 곳에서 일하는 건 힘들어 일주일에 3번 정도는 번갈아 이동할 곳으로 정했다.   


대문자 P 인간이지만 나름 몇 가지 기준을 갖고 공간을 신중히 고르게 되었다.       

찾아가는 길이 이쁜 곳, 콘센트 있고,  책상이 넓은 공간, 빛이 충분히 들어오는 곳, 적당한 사람들의 소음  


과거에 [청년 무료 공간]을 위탁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 서울시에 존재하는 무료 공유 공간에 대한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공간들이 약간씩은 개인적인 고려 기준과 부합하지 않아(까다롭기만 한 것이.. 바로 일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이참에 나름 새롭게 찾아본 장소들에서 일해 보기로 한다.  


평소 사진을 찍는 습관이 있으면 좋으련만.. 집을 나서는 순간부턴 모든 걸 잊고 핸드폰을 고이 주머니에만 넣어두어 공간에 대한 사진이 정말 없다. 어쩔 수 없이 비루한 흩날리는 기억 일부와 영양가 없는 사진 조각들만 가지고 공간들에 대한 기록을 남겨본다.   

1. 조용한 서재에 들어온 것 같은 

장소: 사람 사는 세상 노무현시민센터(안국역) 

https://naver.me/5LASYNHP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저녁 8시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 이곳은 들어서기 전부터 기분 좋은 전경을 마주할 수 있다.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을 하러 가는 것일지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 청개구리가 되기 마련이기에 작업 공간이 최대한 기분 좋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시민센터는 최고의 공간이다. 

이는 안국역을 지나 한적한 성곽길을 따라 안으로 걸어가면서부터 설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은 가을에는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하늘과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어서 좋은 에너지를 잔뜩 충전한 상태로 들어설 수 있다.  


선호하는 자리는 주로 2층 서재 중앙자리이다. 각 자리마다 콘센트까지 구비된 완벽한 이 공간은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늘 적정 인원으로 유지된다. 그건 아마 '3층 커피 사는 세상' 카페 라운지가 있어 인원이 나눠져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비록  매일 가는 곳은 아니지만, 최소 일주일에 2번 정도는 방문하게 되는 건, 공간 가득 들어선 빛과 큰 창 너머로 보이는 질리지 않은 풍경 때문이 아닐까? 

2. 힙한 영감이 필요할 때 

장소: 산노루 삼성점  

https://naver.me/5nPUAMLu

앞에선 카페 방문하기를 꺼린다 하였으나, 맛있는 커피와 힙한 감성 충전이 필요할 땐 또 카페를 간다.  

솔직히 그냥 눈 떴을 때 [하, 오늘은 거기 가고 싶어!]라고 생각해서 가는 곳이 바로 산노루이다.    

애초에 계획과는 담을 쌓은 인간이기에 끌릴 때는 무조건 가야만 한다. 

 
나름 핑계를 대보자면 집 근처에는 소형 카페들 밖에 없어 동네를 확장해 떠돌다 손수 찾은 아지트이다. 
부자 동네 같은 분위기의 주택가를 접어들면 어렵지 않게 카페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외관부터 디자이너가 만들었을 법한 세련된 건축구조가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처음에 들어설 땐 '이 문을 열어도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힙해서(?) 살짝 주춤거리게 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작업자들을 배려한 커다란 테이블과 콘센트 그리고 전시가 반겨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번 올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전시를 함께 볼 수 있어서 갈 때마다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사진을 지지리 찍지 않는 나도 카메라를 켜게 할 정도니 말 다했지.  


후기를 찾아봤을 땐 주말에는 붐빈다고 하였으나 평일에만 방문하는 나로서는 조용히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어 나름 자주 가는 나만의 작업 공간 중 하나이다. 특히 씁쓸한 녹차라테 한잔과 부드러운 디저트를 머금고 일을 할 때는 여행 와서 일하는 느낌까지 가질 수 있으니 기분전환용으로 훌륭하다.    

3. 호텔 로비에서 노트북을 

장소 : 크리에이터타운 을지로  

http://localstitch-creatortown.com/

이곳은 한동안 코워킹 스페이스인 '로컬스티치' 멤버십을 이용하면서 알게 된 곳이다. 

멤버십을 이용하면 앱 내 QR코드로 전 지점을 방문하면서 이용할 수 있어서 의도치 않게 서울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프로 뚜벅이이자 한 공간에만 있지 못하는 난 오히려 좋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곳은 을지로와 충무로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인쇄소들을 지나면 볼 수 있다.

평소 종이냄새를 맡는 걸 좋아하는 이상한 취향이 있어 사장님들이 바쁘게 종이를 나를 때 기분이 좋아진다.

바쁜 사장님들을 뒤로하고 건물로 들어서면 1층에 아주 작은 카페(테이크아웃 전용)가 맞아준다. 

내가 알기로는 음료를 주문하면 18층 라운지를 이용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커피를 한잔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8층으로 올라가면 드디어 마법 같은 공간이 펼쳐 치는데, 마치 뉴욕 호텔 라운지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한껏 느끼게 해 준다.

분명 을지로 중심에 있는 한 건물이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본 도심은 또 다른 세상 같다.    

사실 이 공간은 스테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 오전 11시가 넘어가면 앉을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라서 일찍 올 자신이 없으면 포기하지만 마음먹은 날에 방문하는 곳, 그래서 내게 이곳은 금요일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마음에 여유가 생길 때 혹은 여유를 찾고 싶은 금요일 같은 날 방문하는 곳, 크리에이터타운 을지로이다.

 

4. 디자인 작업자를 위한 

장소 : 서울디자인창업센터  

https://www.sdf-incu.or.kr/

가장 최근에 자주 가기 시작한 곳인 <서울디자인창업센터>는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디자인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공공 공간이다.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용가능) 

유료 공간이지만 월 2만 원이란 저렴한 비용으로 멤버십 라운지를 자유롭게 이용가능하다. 사실 예전부터 지인이 추천해 방문하고자 했으나 1시간 반정도가 걸리는 홍대라 망설이고 망설였었다. 

하지만 2만 원이라는 유혹적인 금액과 무료 무제한 커피제공이라는 말에 바로 가입했다.   


개별 좌석이 있다는 것은 홈페이지를 보고 알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기에 너무 숨 막힐 듯 조용할 것 같아 방문을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새해를 맞아 찾아갔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시설과 넓은 공간에 압도된다. 충분한 좌석 때문에 자리 잡는 것에 대해 부담은 전혀 없기에 언제든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었다.  


카페인이 들어와야 일을 시작하는 나의 구식 뇌를 작동하기 위해 가방을 던져 넣고 커피를 뽑으니, 문득 회사 다니던 시절이 생각났다.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커피라니..., 공간이 너무 조용하지만 무료 커피라는 메리트를 무시할 수 없다. 집중할 수 있는 자리만 잘 탐색해서 자리 잡으면 조용하고 차분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건물 바로 앞에 핫한 무신사테라스를 볼 수 있는 AK몰이 있기 때문에 머리 식힐 겸 언제든 건너갈 수 있으니 나 같이 갑갑한 것 못 견디는 사람에겐 나쁘지 않은 작업 공간이다.  


그래서 어떤 공간이 일이 잘되냐면... 

이번에 자주 가거나 애착을 가진 공간들을 한눈에 정리해 보니 알게 된 사실은....
천성이 떠돌이인 나란 인간은 그냥 그날그날 내 기분에 따라 몰입이 잘되는 장소가 다르다는 것이다.     


앞으로 24년 한 해동안 얼마나 많은 공간을 떠돌아다니게 될 것인가.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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