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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로받고 싶었던 사람에게서, 위로받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이해받지 못할 때, 우리는 더욱 외로움을 느낍니다

by 테일러

사람은 누구나, 마음 둘 곳을 찾는다.
하루가 고단했던 날이면, 그 마음을 조심스레 내어놓을 사람을 찾게 된다.
나에겐 그 사람이, 남자친구였다.


퇴근하고, 부업으로 학원에서 일하던 날이었다.
하루를 마치고 간신히 도착했는데, 원장님은 여느 때처럼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때문에 제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회사 일정 때문에 늘 5분 정도 늦게 수업을 시작하는 대신,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 학습지를 풀 수 있게 준비해뒀다.
다른 선생님들이 학습지를 나눠주는 것도 부탁드렸고, 모두 알던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배려가 무너지는 말이었다.
“선생님을 다른 선생님들이 질투해요. 그게 부담돼요.”

어느 날은 내가 수업일정을 미리 파악하려고 물어본 것조차
“왜 이렇게 재촉하냐”고 되려 화를 내셨다.


그때 나는 진심으로 분노했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나는 점점 무시당하고 있다는 감정을 떨칠 수 없었다.


그 감정을 나는, 남자친구에게 털어놓았다.
“나 너무 열받아. 진짜 그만둘 거야.”


그의 답장은 이랬다.
“진정해. 그만두는 건 너무 성급해. 일단 전화하자. 근데 나 지금 좀 바빠서 조금만 기다려줘.”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듣고 싶던 말이 아니었다.


내가 원한 건,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당장 그만둬도 돼. 잘했어.”
그저 이런, 단순한 공감과 위로였다.


나는 화가 나면 쏟아내야 잠잠해지는 사람이다.
그렇게 쏟아내고 나면 다시 가라앉는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감정적이라고, 감정 쓰레기통처럼 굴지 말라고 했지만
그럼 대체 나는 어디에서 감정을 나눌 수 있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꺼내지 못한다면, 그게 더 슬프지 않나.


그리고 무엇보다,
그날 내가 가장 서운했던 건—
가장 위로받고 싶었던 사람이, 내 감정보다 상황의 정리를 먼저 택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늘 그런 식이었다.
상황을 분석하고, 누가 더 합리적인지 설명했고,
결국 나는 언제나 이해받기보다 설득당하는 쪽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외로웠다.


다른 친구들, 가족들은 내 마음을 먼저 봐주었다.
위로나 공감이 먼저였고, 그다음에 해결책이 따랐다.


하지만 그날, 내가 가장 기대했던 단 한 사람은
내 마음을 끝내, 끝까지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순간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의 온도를 다르게 느끼고 있었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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