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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덴마크 라이프
by 지희 Oct 29. 2018

코펜하겐에서 스물여덟의 나이로 처음 자전거를 배우다

덴마크 라이프7#  자전거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이미지 출처: c40.org


덴마크는 자전거의 나라다. 코펜하겐 만 놓고 보았을 때, 자전거 보급률은 97% 정도이고 통학-통근 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60% 이상에 달한다. 도로와 주차공간을 비롯한 자전거 기반시설 또한 잘 갖춰져 있어 편리하고 안전한 이용이 가능하다. 정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전거를 이용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 하기 시작한 첫 주에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집을 어디에 구했냐는 것과 자전거를 구매했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잠시,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어릴 적부터 겁이 많아 네발 -> 세발 -> 두발로 이어지는 사이클러 진화 과정에서 완전히 도태되었다. 세발자전거에서 두 발 자전거로 넘어가는 법을 배우던 어느 날, 평소 큰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 아버지께서 제발 페달을 세 번이라도 굴려보라면서 역정을 낼 정도로 두 발 자전거는 내게 무서웠다. 이 얇은 휠에 내 육중한 몸을 의지해 똑바로 굴러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진저리를 치며 당신들의 딸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길 포기한 이후 나는 단 한 번도 안장 위로 올라 본 적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자전거는 구했냐는 그 질문들에 나는 무서워서 탈 줄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는데, 바로 그때...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다들 봤어야 했다. 단지 자전거를 못 탄다고 말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마치 내가 걸을 수 없다고 라도 한 듯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가 하면, '오 저런...'이라며 나를 동정하기 까지 했기 때문이다(대개는 그 간단한걸 왜 못 타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런 얼굴들...?  놀람과 당황, 동정과 탄식

       



코펜하겐에서 자전거는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다. 단순히 일터와 학교를 오가는 것뿐만 아니라 장을 볼 때, 운동을 할 때, 산책을 할 때, 사교생활을 할 때 등 일상생활 모든 곳에 필요하다. 특히나 친구들과 만날 때 자전거를 타고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와중에 혼자 초라하게 '너희들 먼저 가있어! 나는 버스 타고 뒤따라갈게!'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이클러들 사이에서 또 한 번의 도태 위기를 느낀 뚜벅이는 드디어 이 곳 코펜하겐에서 스물여덟의 나이로 배움의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생애 첫 두발 자전거, 피코 



초보자에겐 중고차도 과분하다. 나는 페이스북 중고자전거 판매 페이지에서 값싸면서도 그럴싸해 보이는 아이를 데려와 피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말하기 창피한 일화를 하나 보태자면, 판매자에게서 자전거를 받았지만 타고 올 자신이 없어 한 시간에 걸쳐 집까지 피코를 끌고 걸어왔다는 사실이다. 그 무거운 자전거를 질질 끌고 해가 뉘엿뉘엿해졌을 무렵 녹초가 되어 집 앞에 도착했을 땐, 왠지 모를 타향살이의 설움이 치밀었다. 흙밭에 굴러 잔뜩 더러워진 채로 코를 찔찔 흘리며 귀가하는 초등학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래도 그날 밤, 우선 이 자전거의 도시에서 기본 무기 하나는 장착한 듯한 느낌이 들어 뿌듯하고 든든했다. 이런 불쌍한 내게 코펜하겐의 지인들은 아낌없는 파이팅을 보내며 이 곳에서 자전거를 타는 팁을 몇 가지 가르쳐 주었다.   


-교통신호를 엄수하라(기본 중의 기본)!

-수신호도 꼭 지켜야 한다. 좌우 방향과 멈춤 의사를 손으로 알려야 한다. 

-출근길에는 사람들이 예민하고 빡빡하게 굴기 때문에 앞에서 신호를 안 주고 갑자기 멈춘다거나 세월아 네월아 가면 욕을 먹기 십상이다(출근길의 코펜하겐 사람들은 최고로 예민하다. 여기저기 앵그리버드들이 많다).    

-도보와 가까운 레인은 보통 주행, 차도 쪽의 레인은 빠른 주행(혹은 추월 레인)이다. 자신의 속도에 맞는 곳에서 달려 뒷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

-안전제일! 전후좌우 상황을 항상 살피고 다치지 않도록 한다. 


나는 도로 위로 스스로를 풀어놓기 전 이주일 정도의 학습기간을 가졌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지, 방향은 어떻게 되는지, 출퇴근길은 어떤 모습인지, 인도로 다닐 때에는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하면서 도로 상황을 파악하는 게 첫 번째, 그리고 주말에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타고 달리는 연습과 수신호를 주는 연습을 하는 것이 그다음이었다. 뭐 이렇게 별스럽게 구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운전면허 학원에서 장내만 달리다가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던져 넣고 운전을 하라고 했을 때의 그 공포감과 같다고 보시면 되겠다. 게다가 이 곳은 내게 익숙한 도시도 아니었고 자전거도로 상황 또한 매우 복잡했기에 더더욱 철저하게 준비해야만 했다.



코펜하겐 자전거 주행시 수신호 (이미지 출처: cycleguide.dk)


첫 연습은 너무도 처참했다. 위 그림과 같이 멈출 때에는 발표할 때처럼 손을 들고, 방향을 틀 때에는 좌측 우측으로 손을 뻗어야 하는데, 일차적으로 한 손을 떼고 페달을 굴리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신호를 줌과 동시에 넘어지는 것이었다. 뒤에서 걱정스레 지켜보던 친구는, "왼손을 든 건 좌회전이 아니라 좌측으로 곧 넘어질 거라는 시그널이니?"라며 웃었다. 아, 이래서는 곤란하다. 나는 회사 옆자리 동료에게 월요일이 되어도 내가 회사로 출근하지 않는다면 자전거 사고사로 알고 있으라며 유언 비슷한 것을 남겨두고 주말 동안 연습에 매진했다. 그렇게 며칠의 연습이 거듭된 후 나는 드디어 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 코펜하겐을 누비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었다. 첫 동반자인 피코를 도난당하는 맘 아픈 일도 겪었고, 다른 자전거와 부딪힌다거나 저 혼자 넘어져 몇 번을 다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분명 좋은 날들이 더 많았다는 것만큼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기동력이 좋아져 더 넓게 돌아다니고, 그러면서 보는 풍경도 풍성해지고, 자연히 운동량이 늘어 건강해졌으며, 어제보다 조금 더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visitcopenhagen.com



*자전거에 관한 글들은 후에 더 연재될 예정입니다.

  잘못 기재된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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