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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희원 May 16. 2023

홀로서기를 결심한 사람에게 필요한 한가지

취준 한 번 안해본 사람의 오지랖




"프라이드를 가져라."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사, 자영업, 프리랜서, N잡러처럼 홀로서기를 결심한 지인에게 하나만 얘기한다면 이 말을 할 거 같다.



홀로서기는 어렵고 대단한 선택이다. 삶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거니까.



하지만 자부심을 가지라는 게 단순히 칭찬이나 응원하기 위함은 아니다. 자부심은 홀로서기를 4계절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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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소속되어 있을 때는 소속의 이름, 스펙과 직책, 동호회 등이 나의 자부심이 되어준다. 좋은 직장이 있다면 직장에서 일하는 나에게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직장이 아니라면 모임에 소속되어 내가 누구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진정한 나'는 내 안에 있다지만 아무리 내향인이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상 '사회속의 나'도 내면의 나 만큼이나 중요하다.



홀로서기 초기엔 그 중요성을 못느낄 수도 있다. 새로운 시작을 했다는 기분에 한동안은 불안하면서도 설렌다. 만나는 사람에겐 홀로서기를 선택했단 자체로도 나를 설명할 수 있다. "얼마전에 퇴사했어.", "자퇴했어.", "사업을 시작했다." 등..





 계획처럼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미리 설 자리를 다져놓은 게 아니라면 곧 닥칠 현실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모아둔 돈은 떨어져가고, 하고싶은 일을 찾으면서도 계속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를 묻게된다. 이전처럼 한 단어로 나를 설명할 답이 내려지지 않아 자신을 소개하기가 어려워진다. 내가 그랬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식당에서 아버지가 우연히 지인들을 만나 인사하러 가셨는데


"딸래미 요새 뭐하노?"

"백수지 뭐, 허허."


하는 대답을 들었다.






난 백수가 아니라 돈을 벌고 있었는데..


무슨 감정이었을까? 나도 내 안부나 직업을 물으면 설명하기 애매하다는 걸 깨달아가는 중이었어서 아빠의 대답을 백번 이해했다. 넘어가기 편한 대답이라 그러셨을 것이다. 다음엔 다르게 대답하실 수 있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짐과 동시에 나의 내면을 지탱해준 건 한 끗의 자부심이었다.



'원하고 즐거운 걸 하며 살고있다'는 자부심.



이 자부심은 평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가끔씩 밖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면 힘을 발휘한다.



가지는 흔들려도 뿌리채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깊은 흙처럼 스스로 자신의 자부심이 되어주어야 한다. 스스로가 나의 선택을 믿고 응원해야 한다.



그러면 돈이 없을 때, 돈은 있는데 회의감이 들 때, 퇴사가 후회될 때, 남과 비교될 때, 불안할 때..

여러 과정에서 자부심이 부끄럽지 않도록 해결책을 찾고 지속할 수 있다.



이 길을 선택한 시점은 과거일지 몰라도 계속 걷는이상 홀로서기는 진행형이다. 그러니 내내 자부심을 갖고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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