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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Jul 26. 2017

003-04. 저는 마음이 약해서요.

'왓 마하 탓'의 감동을 안고 차량에 탑승한 우리는 코끼리를 보기 위해 이동했다. 10살 때쯤 아버지 직장동료들과 동남아 투어를 했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었다. 너무 어린 시절이라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코끼리가 축구하는 모습이나 등에 타고 운동장을 돌았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고 있었다. 한 오분쯤 걸었을까? 슬슬 코끼리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다소 흥분되기 시작했다.


"저기 있나 봐 코끼리, 누라 코끼리 탈 거야?"

"글쎄..."


파타야에 갔을 때 낙하산은 그렇게 타겠다고 적극적으로 하던 누라가 코끼리를 타는 것에 망설이는 모습이 이상했다.


"왜 무서워?"

"아니, 어디서 본 건데 저거 코끼리 학대라고 하더라고..."

"잉? 학대?"

"응 코끼리한테 엄청 괴로운 거라고 하던데"


 *퍼피워킹을 경험하며 동물이 사람과의 유대감의 중요성을 배웠다. 때문에 이곳의 코끼리들도 사육사와의 유대감을 통해 살아간다 생각했다. 


"그런 건 잘 모르겠는데 나도 어디서 본거라"

"에이 설마 여긴 코끼리 좋아하잖아"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지고 코끼리 투어를 고르던 중 조련사와 있는 한 코끼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코끼리는 먹성을 참지 못하고 판매중인 과일에 손을 댔다.

(코끼리 관광지에선 먹이로 줄 수 있는 과일들을 바구니에 담아 판매한다.)


"저거 봐 코끼리 몰래 먹어"

"귀엽다."


큰 덩치에 작은 과일들을 우걱우걱 먹는 모습이 귀여워 코끼리에게 다가간 그 순간 조련사가 들고 있는 막대기가 올라갔다.


"... 응?"


처음에는 잘못 본 것 인가했다. 하지만 내가 본 게 정확했다. 코끼리는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눈을 질끈 감았던 것이다. 동물을 길들일 때는 절대적으로 유대감에 의존해야 한다고 했다. 폭력이 들어가면 그건 억지로 본능을 누르는 것이라 동물들에게 매우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코끼리는 그 폭력에 눈을 질끈 감은 것이다.


"지금 저 코끼리... 눈을 움찔했어..."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며 말하는 나에게 조련사는 웃으며 돈을 내고 코끼리와 사진을 찍으라고 권유했다. 찍고 싶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곳에 있는 상품 어느 것도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마다 관점이야 다르겠지만 나에게 코끼리 투어는 큰 찝찝함만을 남겨주었다.


*퍼피워킹 : 안내견이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일반가정에 위탁되어 사회화 교육을 시키는 일종의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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