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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Oct 19. 2017

주관적 맥주기행_11. 아일랜드 맥주

19세기 초, 왕성히 활동하던 아일랜드 200여 개의 양조장은 현재 10개가량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아일랜드는 기네스 하나만으로 세계적인 맥주 강국과 발걸음을 나란히 한다. 그만큼 아일랜드는 기네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흔히들 기네스를 흑맥주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옳은 표현이 아니다. 유럽에는 흑맥주라는 표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기네스는 에일 계열의 스타우트 맥주라 해야 옳다. 검은색 맥주를 흑맥주라 하는데 뭐가 잘못되었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에일과 라거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된다. 하이네켄과 호가든을 예로 들어보자. 이 두 맥주는 서로 비슷한 노란 계열의 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노란 맥주라 말하지 않는다. 하이네켄은 라거, 호가든은 에일이라 말한다. 이처럼 흔히 말하는 흑맥주도 각자의 제조과정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이와 같은 맥주 중 아일랜드와 영국에 관련된 맥주는 포터(Porter)와 스타우트(Stout)이다.

우선 포터는 영국의 짐꾼(Porter)에게 인기가 많은 맥주였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포터 맥주다. 포터는 일반몰트보다 저렴한 브라운몰트를 사용해 가격이 저렴했고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덕분에 물보다 더 안전했다.

그러던 중 1700년대에 스타우트가 탄생하게 되었다. 처음에 스타우트는 '스타우트 포터'로 불렸다. 이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포터'라는 뜻이다. 스타우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더니, 최근에 와선 스타우트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우트에는 드라이, 오트밀, 밀크, 오이스터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독일의 라거 계열인 둥켈(Dunkel)또한 우리가 말하는 흑맥주 중 하나이나 자세한 설명은 독일 편에서 이어서 하는 게 좋겠다.



기네스 Guinness

기네스의 창시자는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이다. 때는 1700년대 중반, 서른을 갓 넘긴 기네스는 죽어가던 양조장을 헐값에 렌트한다. 이후 아일랜드에 자리를 잡은 그는 영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했다. 그동안 만들어오던 아이리쉬 에일 대신 영국에서 인기가 좋은 포터를 중심적으로 생산하며 영국 시장을 노렸다. 사업을 확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네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후세들이 치열하게 양조장을 운영한 결과 기네스 맥주는 영국령의 국가들에게 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국의 포터 시장을 잡은 기네스는 자신들의 맥주 브랜드를 포터에서 스타우트로 바꾼다. 


사실 기네스가 이렇게 성공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1차 세계대전이다. 그 당시 영국은 전쟁의 여파로 곡물이 부족한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곡물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는 포터나 스타우트는 아무래도 부담이 되었나 보다. 이에 영국 정부는 포터와 스타우트 같은 맥주 생산을 일시적으로 금지시킨다. 그러다 보니 영국엔 많은 곡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 라거가 각광받기 시작한다. 또한 냉장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낮은 도수의 맥주도 장기간 보관할 수 있었다. 에일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한 라거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그렇게 에일을 잊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영국의 경제적 상황이 좋아지자 사람들은 예전에 마시던 에일을 그리워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영국인이 운영하던 대부분의 에일 회사는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단 한 곳, 기네스만 빼고 말이다. 기네스는 아일랜드에 양조장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당시에도 계속해서 맥주를 생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스타우트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지만 마시는 건 금지가 아니었던 영국 본토의 법 덕분에 꾸준히 유통되어 왔었다. 여담이지만 아서 기네스의 국적이 영국이라는 것도 크게 한몫했다고 한다.


이렇게 영국에서 성공한 기네스는 이후 세계시장을 노리게 된다. 특히 그들이 발명한 *위젯 시스템은 어디서든 최고의 기네스를 마실 수 있게 해준다. 물론 펍에서 따라주는 *퍼펙트 파인트를 따라오긴 힘들겠지만 말이다.


* 위젯 시스템
기네스 캔 안에 들어있는 동그란 플라스틱 볼을 의미한다. 이 작은 위젯은 캔이 오픈됨과 동시에 품고 있던 질소를 뿜어내 맥주의 거품을 만들어 준다. 이 시스템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든 풍성한 거품의 기네스를 즐길 수 있다.
* 퍼펙트 파인트
완벽한 기네스 한 잔을 의미하는 용어다. 퍼펙트 파인트를 위해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아래와 같은 전통의 방식으로 기네스를 따를 것

1. 자연 건조된 기네스 전용잔을 준비한다.
2. 기네스 잔을 45도 기울여 맥주 따를 준비를 한다. 이때 꼭지가 잔에 닿으면 안 된다.
3. 탭을 앞으로 90도 당겨 맥주가 잔에 새겨진 하프 상단에 올 때까지만 따른다.
4. 맥주 따르는 것을 잠시 멈춘 후 90초~120초가량 기다린다.
5. 거품이 다 내려가 맥주가 검은색이 되면 탭을 앞으로 기울여 맥주를 따른다.
6. 거품이 잔 위로 2cm 정도 올라갔을 때 따르는 것을 멈춘다.

둘째. 기네스의 거품에 커다란 기포가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할 것

셋째. 맥주가 잔을 넘치지 않았는지 확인할 것




Guinness

양조장 : Dublin, Ireland
내평점 : 5/5
도   수 : 4.2

타   입 : Dry Stout

방   식 : Bottle, Draught, Can

특유의 부드럽고 쓴맛에 크리미 한 거품이 가미된 맥주다. 감히 스타우트 최정점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Guinness Golden Ale (왼쪽)

양조장 : Dublin, Ireland
내평점 : 4/5
도   수 : 4.5

타   입 : Bitter

방   식 : Bottle

풍부한 황금색의 색조가 균형 잡힌 에일이다. 홉의 풍미와 적절한 쓴맛은 깔끔한 마무리를 가지고 온다.


Guinness Dublin Porter (중간)

양조장 : Dublin, Ireland
내평점 : 4/5
도   수 : 3.8

타   입 : Porter

방   식 : Bottle

낮은 도수로 인해 일을 하면서도 홀짝일 수 있을 정도의 맥주. 정말 맛있었다.


Guinness Rye Pale Ale (오른쪽)

양조장 : Dublin, Ireland
내평점 : 4/5
도   수 : 5.0

타   입 : Specialty Grain

방   식 : Bottle

바디감이 돋보였던 맥주로 특히 향이 좋았다.


Hop House 13 Lager

양조장 : Dublin, Ireland
내평점 : 5/5
도   수 : 5.0

타   입 : Pale Lager

방   식 : Bottle

더블린에서 찾은 제2의 인생 맥주다. 탄산이 강한 맥주는 싫어했는데 이건 차원이 달랐다. 완벽한 맛. 내 인생 최고의 라거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맥주다.




Galway Hooker IPA

양조장 : Dublin, Ireland
내평점 : 5/5
도   수 : 6.5

타   입 : IPA

방   식 : Bottle

해산물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에일이 있을까 싶었다. 생굴과 기네스를 마시러 간 식당에서 종업원의 추천으로 마신 맥주. 홉의 향과 적당한 쌉쌀함이 해산물의 비린맛을 완전히 지워준다. 





개인적으로 맥주를 기억하기 위해 평점을 매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절대 객관적인 것이 아닌 순전히 100%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평점입니다. 분위기나 보관상태에 따라 맥주 맛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평점은 재미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제 나름대로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5점 : 정말 맛있다.
4점 : 맛있다.
3점 : 맛있는데 뭔가 아쉽다.
2점 : 맛없다.
1점 : 먹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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