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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Dec 08. 2017

주관적 맥주기행_13. 영국, 잉글랜드 맥주

영국맥주

영국엔 펍이 많이 있다. 한국의 치킨집이 어딜 가나 있듯 영국에도 펍이 어디에나 있다. 고급 레스토랑 같이 생긴 펍도 있고 허름하게 생긴 펍도 있다. 그렇다고 맥주의 가격이 크게 다르진 않다. 비슷하다. Pub의 어원이 Public House에서 왔다는 말이 사실인 듯 영국인들은 펍에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퇴근 후 간단하게 맥주를 한 잔 하고 귀가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빈속에 무슨 술이냐고 하겠지만 영국에선 가능하다. 특히 캐스크 비어와 같은 술은 안주 없이 간단하게 마시기 좋다. 사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대부분이 그러하다. 음식을 위한 술은 있어도 술을 위한 음식은 잘 없다. 



캐스크 비어 (Cask Beer)

캐스크 비어는 진짜 에일이라 불릴 정도로 잉글랜드에서 팔리고 있는 맥주 가운데 가장 역사 있는 맥주다. 이 맥주는 일반 맥주와는 달리 공장에서 여과와 살균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스테인리스가 아닌 '나무통'에 담겨 '셀라'라고 하는 맥주 보관실로 향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나무통을 우리는 캐스크라 말하고 셀라는 펍의 지하에 있는 맥주 보관실을 뜻한다. 셀라에 도착한 맥주 맛은 펍의 주인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바로 캐스크 안에서 2차 숙성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맥주를 납품받은 주인은 가장 적당한 시기에 캐스크를 오픈해 손님에게 판매한다. 이렇다 보니 펍마다 맥주의 맛이 다르기도 하다. 그야말로 진짜 생맥주라고 할 수 있겠다.


캐스크 비어는 스테인리스 맥주통에 담긴 맥주처럼 탄산압으로 맥주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물을 퍼내는 것과 같이 펌프를 이용한다. 뿐만 아니라 캐스크 비어는 일반 맥주와 같이 인위적으로 탄산을 주입하지 않는다. 때문에 일반 맥주에 비해 미지근하고 맹맹한 맛을 낸다. 정말 극단적으로 표현한 이는 캐스크 비어를 보고 맥주가 아닌 보리차 같다고 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처럼 캐스크 비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그 맛에 익숙해지면 그 깊은 매력에서 빠져나오기란 힘들다.


캐스크 비어는 생산도 힘들지만 유통도 힘들다. 맥주를 가능한 흔들리지 않게 운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찌어찌 수출을 했다 해도 셀라나 맥주에 대한 지식이 있는 펍의 주인들이 없다. 그래서 사실상 수출은 불가능하다. 영국에서 캐스크 비어를 꼭 마셔야 하는 이유다.


캄라 (CAMRA - Campaign for Real Ale)

캄라는 진짜 에일을 지키기 위한 영국의 단체이다. 이들은 전통적 캐스크 비어에 대한 교육을 하며 전통적인 에일을 지키려 노력한다. 때문에 '주관적 맥주기행_12. 스코틀랜드 편'에서 나온 브루독과는 자연히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한다. 어찌 보면 클래식과 팝의 대립처럼 보인다. 맥주 애호가의 입장에선 이 둘의 대립이 나쁘지만은 않다. 서로가 대립하고 경쟁하며 더 좋은 맥주를 만들어 낼 테니 말이다.


영국 에일의 종류


- 페일 에일(Pale Ale)과 인디언 페일 에일(IPA : Indian Pale Ale)

페일 에일은 잉글랜드 남부, 버튼 온 트렌트(Burton on Trent)에서 생긴 에일 맥주다. 이곳의 물은 유황성분을 많이 함유해 홉의 쓴 맛을 쉽게 추출할 수 있었고 칼슘은 맥주의 맛을 엷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때문에 '엷다'는 뜻을 가진 '페일'이라는 단어를 붙여 페일 에일이라 칭하게 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페일 에일이 진한 색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 맥주가 만들어질 당시 영국에서 유행한 포터보단 엷은색을 가져 지금의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피에이(IPA)라고도 불리는 인디언 페일 에일은 무엇일까? 아주 간단하다. 영국이 인도를 침략했을 당시 인도에 있는 영국인을 위해 보낸 페일 에일이 인디언 페일 에일이다. 유통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엔 변질되지 않은 맥주를 보내기 위해선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을 대량으로 넣는 수밖에 없었다. 긴 항해 동안 맥주의 변질을 막기 위해 넣은 대량의 홉 덕분에 인디언 페일 에일은 오늘날 홉의 쓴맛이 강한 맥주의 대명사가 되었다.


- 비터(Bitter)

비터는 알코올 도수가 그리 강하지 않는 에일 맥주다. 19세기에 들어 비터와 페일 에일은 비슷한 말이 되었다. 하지만 양조업자 중에선 병에 담긴 맥주를 페일 에일이라 부르고 캐스크에 담긴 것은 비터로 구분 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버튼 온 트렌트에서 온 맥주는 병이든 캐스크든 모두 페일 에일이라 부른다.


-포터(Porter)

우선 포터는 '짐꾼'을 뜻하는 '포터'에서 따왔다. 이름처럼 강가의 짐꾼들에게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기를 끌던 포터는 페일 에일의 출현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스타우트(Stout)

16세기에 등장한 스타우트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포터라는 이름으로 스타우트 포터라 불리다 스타우트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스타우트에는 밀크, 오트밀, 초콜릿, 오이스터 등 다양한 종류의 스타우트가 있다.


- 마일드 에일(Mild Ale)

원래는 맛이 강하지 않은 미숙성 맥주를 칭하는 말이었으나, 오늘날 홉을 약하게 넣은 맥주를 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원래 마일드 에일은 광부 맥주였다. 


- 브라운 에일(Brown Ale)

마일드 에일처럼 쓴맛을 적게 만든 맥주로 잉글랜드 북부인 뉴캐슬(New Catle)에서 탄생한 맥주다. 이름처럼 맥주색은 갈색이다. 브라운 에일은 크리스털 몰트(Crystal Malt)를 사용해 초콜릿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 올드 에일(Old Ale)

이름에 올드가 붙은 것과 같이 오랜 시간 숙성 시간을 거쳐 만들어진 맥주다.


- 발리 와인(Barlet Wine)

와인처럼 높은 도수와 풍미를 가지고 있다 해서 이름 붙은 맥주다.


- 스코티쉬 에일(Scottish Ale)

스코티쉬 에일은 엄연히 따지면 스코틀랜드 맥주다. 홉의 맛은 약하지만 몰트의 풍미가 강하다.


- 스카치 에일(Scotch Ale)

스코티쉬 에일과 같이 스코틀랜드 맥주로 구분 짓는다. 이 맥주는 벨기에 시장을 겨냥해 에든버러에서 수출용으로 만들어진 스코티쉬 에일과 비슷한 맥주다.




Beavertown 8 Ball RYE IPA

양조장 : Tottenham Hale, England Beavertown Brewery
내평점 : 5/5
도   수 : 6.2

타   입 : IPA

방   식 : Can

잉글랜드에서 처음으로 맛본 맥주. 거품이 풍성하진 않지만 전반적으로 발랜스가 좋은 에일이었다. 탄산의 입자가 살짝 굵긴 했지만 오히려 감칠맛을 더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Beavertown 8 Ball Smog Rocket

양조장 : Tottenham Hale, England Beavertown Brewery
내평점 : 4/5
도   수 : 5.4

타   입 : Smoked Porter

방   식 : Can

'Beavertown 8 Ball RYE IPA'가 마음에 들어 바로 시킨 맥주. 산업혁명의 증기기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맥주. 훈연 향이 오래 맴돌았던 맛있는 맥주.


Starry night

양조장 : Bury St. Edmunds, England Greene King
내평점 : 4/5
도   수 : 4.2

타   입 : Amber ale

방   식 : Cask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그 맛에 빠져든 맥주. 부드럽고 미지근하며 풍성한 거품을 가지고 있다.


London Glory

양조장 : Bury St. Edmunds, England Greene King

내평점 : 2/5
도   수 : 4.1

타   입 : Bitter

방   식 : Cask

Starry night을 먹고 마셔서 인지 별로 였다. 보관상태의 문제인지 발효의 문제인지 숭늉을 마시는 느낌을 받기도 했음.


Mondo Dennis Hopp'r

양조장 : Battersea, England Mondo Brewing Company

내평점 : 3/5
도   수 : 5.3

타   입 : IPA

방   식 : Bottle

과일향이 돌지만 거슬리지 않는 맥주. 느끼한 음식에 잘 어울리는 듯하다. 버거앤랍스타에서 마셨다.


Seafarers

양조장 : Chiswick, England Fuller's

내평점 : 3/5
도   수 : 3.6

타   입 : Bitter

방   식 : Cask

무난하게 이야기하면서 홀짝일 수 있는 맥주.


Fuller's ESB

양조장 : Chiswick, England Fuller's

내평점 : 4/5
도   수 : 5.5

타   입 : Premium Bitter

방   식 : Cask

부드러움과 거친 맛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맥주. 피니쉬가 길었다.


Bill's IPA

양조장 : Southwold, England Adnams

내평점 : 2/5
도   수 : 4.0

타   입 : Session IPA

방   식 : Bottle

'Bill's'라는 잉글랜드의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만든 맥주. 맛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햄버거는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Camden Pale Ale

양조장 : Camden, England Camden Town Brewery (AB InBev)

내평점 : 4/5
도   수 : 4.0

타   입 : American Pale Ale

방   식 : Bottle

꽃향이 강하게 나나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에일이었다.


Camden Hells Lager

양조장 : Camden, England Camden Town Brewery (AB InBev)

내평점 : 3/5
도   수 : 4.8

타   입 : Munich Helles Lager 

방   식 : Bottle

살짝 몰트의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맥주였다.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았다.


Meantime London Pale Ale

양조장 : Greenwich, England Meantime

내평점 : 2/5
도   수 : 4.3

타   입 : American Pale Ale 

방   식 : Bottle

풀향과 귤향 등 여러 가지 향이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Meantime Raspberry Wheat

양조장 : Greenwich, England Meantime

내평점 : 2/5
도   수 : 5.0

타   입 : Wheat Ale

방   식 : Bottle

시큼한 밀향와 과일향이 돌는 것이 좀 조합하게 느껴졌다.


Liquid Mistress Red IPA

양조장 : Finchampstead, England Siren

내평점 : 5/5
도   수 : 5.0

타   입 : Amber Ale / IPA

방   식 : Bottle

건포도와 감귤향이 도는 맥주로 굉장히 맛있게 마신 맥주.


London Pride

양조장 : England, United Kingdom Fuller Smith & Turner PLC

내평점 : 5/5
도   수 : 4.7

타   입 : English Pale Ale

방   식 : Bottle

달달한 과일향 이후에 홉의 피니시가 긴 맥주. 이름에서부터 자부심이 느껴지는 좋은 맥주다.



번외편



해리포터 버터 맥주 (Harry Potter Butterbeer)

내평점 : 3/5
도   수 : 0.0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버터 맥주로 해리포토 스튜디오에 있다. 호불호가 엄청 갈리는 맥주라 처음엔 이 작은 잔으로 마셔보았는데... 난 생각보다 마실만 했다. 결국 런던프라이드를 마시긴 했지만 못 먹어줄 맛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맥주를 기억하기 위해 평점을 매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절대 객관적인 것이 아닌 순전히 100%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평점입니다. 분위기나 보관상태에 따라 맥주 맛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평점은 재미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제 나름대로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5점 : 정말 맛있다.
4점 : 맛있다.
3점 : 맛있는데 뭔가 아쉽다.
2점 : 맛없다.
1점 : 먹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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