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20(+02). 빨리빨리 대한민국

대한민국, 제주도

by 개포동 술쟁이

"탑승권을 미리미리 꺼내 주시기 바랍니다."

"구입하실 상품을 미리 결정하시고 결제하실 카드나 현금을 꺼낸 후 대기해 주세요."


얼마 전, 제주도를 가기 위해 방문한 공항에서 들려온 말이다. 줄을 서 있는 5분 동안 10초에 한 번꼴로 들은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온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여행을 좀 다녀왔다고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여유가 차다 못해 넘치는 유럽에서 막 돌아온 나에게 이런 상황이 반갑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억척스러운 나라 대한민국.

한 줄 서기를 지키고 있으면 순서를 빼앗기는 곳, 머뭇거리다간 내 이익을 전부 빼앗기는 나라.


어쩌다 우리는 이런 인식을 가지게 되었을까?

내 추측으로는 일제 침략과 6.25 전쟁이라는 역사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전쟁 이후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빨리빨리 문화를 선택했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우리는 특유의 억척스러움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경제성장을 일구었다. 분명 빨리빨리 문화가 삭막한 사회를 만드는 부작용을 동반하긴 했지만 긍정적인 부분을 간과할 순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빨리빨리 문화의 이런 부작용을 계속 안고 갈까?

난 언젠가 우리가 이 문화의 적정 속도를 찾을 것이라 믿는다. 다양한 나라가 서로 교류하며 서로의 장점을 닮아가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는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감정표현을 하는 데 있어 지금보다 서툴렀다. 때문에 살짝만 부딪혀도 사과를 하는 유럽에 반해 우리는 크게 부딪히지 않는 이상 사과를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마치 서로가 먹고살기 바쁘니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살자는 듯 보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점점 서로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유럽을 닮아가는 것이다.


반대로 유럽은 과거 흡연의 왕국이었다. 길거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기차역 에스컬레이터에서도 흡연을 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었다. 흡연구역에서 나오는 연기에도 불쾌감을 들어내는 한국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하지만 최근 서유럽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 금연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을 닮아가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문화의 교류가 많아질수록 서로의 좋은 점을 닮아가고 있다. 조금씩 세계가 변화하듯, 우리의 빨리빨리가 여유를 가지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DSC01781.JPG
DSC01832.JPG
DSC0184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ay 120(+01). 잠시 들린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