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포동 술쟁이 Jul 12. 2017

001-02. 시간아 가지 마 가지 마

시작부터 흘러가는 이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지금 지나가는 이 시간이 아쉽다는 건


숙소에서 잠을 자려고 누워서 우리가 여행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는지 헤아려보았다. 대만에 온 지 5일 세계여행을 시작한 지도 5일. 우리가 여행을 계획한 예상기간은 300일. 이제 겨우 시작인데 이상하게 지금 지나가는 이 시간이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시작인데 이제 첫 나라인데, 심지어 아직 대만 여행이 끝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고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불안했다. 아쉬움일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좋았던 여행지는 항상 아쉬움을 남겼던 것 같다. 그렇다면 아쉬움이 클수록 좋았던 여행인 거겠지? 그럼 지금 난 대만이 너무 좋은가 보다.


홍콩에 비하면 화려하지 않은 도심. 푹푹 찌다 못해  몸이 튀겨질 것만 같던 날씨. 성공보단 실패가 많았던 식당 선택. 생각해보면 그렇게 좋을 것도 없었는데 난 지금 대만이 좋은가 보다. 지금 하고 있는 세계여행이 즐거운가 보다.


쿵푸팬더의 드레곤워리어들이 뛰놀 것 같은 산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배경이 된 단수이 풍경




짧은 만남과 이별 그리고 시작


어느덧 대만을 떠나 다음 나라로 떠나는 시간이 왔다. 떠나는 날 나는 매일 아침 인사했던 호스텔 직원이 이제 좀 익숙해진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이제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조금씩 씁쓸함을 느끼고 있었다.


"누라, 나 그동안 여기 정들었나 봐"

".....?"


누라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잘 때 아래층 가라오케에서 들려오던 노랫소리도 그리울 것 같고 대만에서 마시던 차도 그리울 것 같은데?"

"별 걸다 그리워할 것 같아하는구나"


라고 누라는 웃으며 말했다.


예전부터 난 잔정이 많았다. 쉽게 정을 주고 무엇이든 쉽게 버리지 못했다. 그런 성격 때문인지 얼마 머물지 않은 대만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렇게 난 짧은 시간 동안 머물며 정들었던 대만을 떠나려 공항으로 향했다.



처음 대만에 도착해 숙소로 오던 길을 반대로 거슬러 가면서 우리는 점점 공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로 갈아탈 무렵 여행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여행자 그리고 해외로 나가기 위해 지하철에 탑승한 자들의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 나에게 공항은 항상 설레는 장소다. 내가 여행길에 오르지 않고 친구를 배웅하던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도 나에게 설렘을 주었다. 어디론가 떠나는 곳 지금 나의 지긋지긋한 일상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곳. 그곳이 공항이었다.


순간

'그러고 보니 나도 다른 곳으로 떠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이 내 머릿속을 스친 그때, 대만을 떠나가는 아쉬움은 베트남으로 향하는 설렘으로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여행은 계속되고 있고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난 지금 베트남과의 첫 만남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001-01. 대만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