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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Jul 11. 2017

001-01. 대만 안녕?

새로운 세상과의 첫 만남


새로운 세상으로


출발 직전까지 짐을 싸느라 잠을 2~3시간뿐이 못 잔 우리라서 그런지 비행기에 타고 잠시 눈을 감았다 떠보니 대만이었다. 그렇게 순간이동을 한 듯이 대만으로 온 우리에게 대만이 선물한 첫 번째 선물은 다름 아닌 습함과 더위였다. 안 그래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더위였던 우리에게 대만의 날씨는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대망의 세계여행 첫날, 평소 단기여행을 다닐 때면 빠르게 짐을 풀고 근처를 돌아보려 했을 테지만 우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한 도시에서 최소한 1주일 이상을 머물며 그 도시에 익숙해지는 여행을 선호했던 편이라 이번 여행의 콘셉트를 느긋함과 익숙해지기로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느긋하게 짐을 풀고 대만의 무더위에 대항하기 위해 샤워를 한 후 배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평소 중국인 직원들에게 한류 열풍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을 할 수 없었는데 대만에 와보니 한류 열풍이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했다. 어딜 가도 우리나라에서 팝송이 나오는 비중과 같이 한국 가요가 흘러나왔고 한국 연예인이 모델로 되어있는 매장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상하게 으쓱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대만에서의 기대하고 기대하던 대만에서의 첫 식사를 위해 맛집이라 하는 한 식당으로 걸어갔다.





이게 대만 음식? 생각보단...


대만에서의 대망의 첫 식사 메뉴는 우육면! 평소에도 면요리를 좋아하던 나에게 첫 식사로 부족함이 없는 메뉴 선택이었다. 우육면을 먹겠다고 무더운 대만의 거리를 걸어갔다. 6월 말에서 7월 초의 대만은 정말 너무나 더웠다. 하루 종일 차와 물을 그렇게 마셔도 밖에 있으면 화장실을 가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더운 거리를 걷고 또 걸어 우린 맛집이라 하는 우육면 가게에 도착했다.


"어서 시켜 어서"

"잠깐만 좀 보채지 좀 마"


우육면을 먹을 생각에 이성을 잃어가는 나를 *누라가 중제 시키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직원이 다가왔고


"뭐가 가장 유명해요?"


라는 나의 질문에 서버는 2가지 정도 메뉴를 추천해 주었다. 하나는 붉은 국물 하나는 맑은 국물. 조금 기다리니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고 대망의 첫 입!


'후륵 후륵 후루룩...!...?'


고기는 확실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우리가 잘못 왔나 보다."


내가 누라에게 말했다.


"다른 곳은 맛있을 거야."


내가 말을 잊자 누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의 실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야시장에서도 모든 블로거가 추천을 한 식당을 가도 티브이에 나온 식당을 가도 식당을 나와서 맛있다고 한 식당은 극히 적었다. 물론 몇몇 식당은 정말 맛있게 먹은 식당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 대만 음식은 길을 걸어가다 마음에 드는 식당에 들어가 주인이 추천하는 메뉴를 먹는 도전은 하고 싶지 않은 나라였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과 입맛입니다.)


"누라 대만이 홍콩보다 맛있다면서?"

"내가 아는 대만의 맛은 이게 아닌데..."


서로 투덜 거린경우가 더 많았던 대만 음식들이었다.


모든 음식이 맛없는건 아니었다. 숙소앞에 있는 현지식음식점은 너무 맛있어서 매일 아침을 거기서 먹을 정도였다.
대만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았던 메뉴중 하나는 '차'였다. 대만은 차를 파는 곳이 엄청 많은데 무엇을 시켜먹든 맛있었다. 특히 저렇게 비닐에 담아주는데 가지고 다니기에 엄청 편했다.

*누라 : 난 와이프를 누라라고 부른다. 마누라를 줄여서 누라.




천등은 소원을 싣고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행사의 여행상품을 따라나서는 것도 재미있다. 하루는 더위를 피해 호스텔에서 인터넷을 하던 중 우연히 소셜커머스에 올라온 대만 근교 투어 상품을 발견하고는 신청했다. 가격도 대중교통 비용과 그곳에 가는 노력의 대가에 비하면 저렴하다고 판단되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아침 일찍 일어나 타이베이 중앙역에 모였다. 여기서 우리는 여행사에서 제공해주는 대형버스에 몸을 싣고 예스진지투어를 떠났다. 그렇게 가이드님을 열심히 따라다니던 중 우린 스펀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예전에 친구들이랑 와서 적은 소원 중에 이루어진 게 하나도 없는데..."


천등을 고르고 있는 나에게 누라가 말했다.



"뭐라고 빌었는데?"

"행복하게 회사 다니게 해 달라고"

"진정성이 없어서 그래 가능한 걸 빌어야지"



어떤 소원을 적을까 고민하던 중 한국에 있었으면 금전적인 걸 가장 먼저 적었을 텐데 여기선 가족들의 안녕과 건강이 가정 먼저 떠올랐다. 역시 건강이 최고라는 어른들의 말씀은 틀린 게 하나 없다. 네 면의 천등에 무사히 세계여행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가족과 친구들의 안녕을 비는 글귀를 적고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행복하고 건강한 세계여행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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