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글에 들어가기 앞서 지극히 내가 느낀 경험에 의한 글이라는 것과 몇몇 굉장히 멋진 곳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시작하고 싶다.
난 국가 브랜딩에 관심이 많다. 예전에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올 때면 한국을 알리는 티셔츠나 노트 등을 직접 디자인해서 바리바리 싸들고 왔었다. 어떨 때는 티셔츠 30장, 어느 때는 노트 50권... 덕분에 유럽으로 향하는 짐은 항상 무겁고 돌아오는 짐은 항상 가벼웠다. 이런 나이기에 해외에서 보이는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를 접할 때면 유독 유심히 보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퀄리티가 너무 낮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특히 식당과 관련된 경우 외관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깔끔하고 명확하게 일본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일식당에 비해 한식당들은 50~60년대 분위기를 내는 다소 촌스러운 식당의 분위기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음식의 맛 또한 다르다. 일식이나 중식은 맛을 보면 왜 전 세계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코카콜라는 수출을 하기 전 수출대상국의 입맛을 고려해서 맛을 조금씩 다르게 한다고 한다. 이른바 현지화를 시킨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식당이나 일식당도 대부분 현지화를 고려해 음식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현지의 재료와 현지인의 입맛을 고려한 음식으로 자국의 요리를 다시 연구해서 만드니 현지인 혹은 관광객들도 거부감 없이 즐기곤 하는 듯하다. 반면 한식당은 현지의 재료를 가지고 억지로 한식을 만드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혹은 너무 한국과 비슷한 맛을 만든다. 마치 고객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아닌 억지로 한식을 만들어 놓고 먹는 사람들이 알아서 맞추라는 듯이... 그러다 보니 그러한 식당은 진정한 한식 마니아 혹은 한국인들에게만 인기다. 물론 한식의 최대 난제인 갖은 양념을 준비한다는 건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식을 접할 때마다 참 아쉽다.
한식의 세계화라고 말만 하지 말고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번 김치만을 강조하지 말고... 김치는 솔직히 메인디쉬가 아니다. 아무리 과학적인 음식이라도 그리스로 치면 올리브 정도로 볼 수 있다. 메인디쉬와 함께 먹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음식이다. 그런데 과학적이고 몸에 좋은 음식이니 세계인들이여 김치를 먹어라? 웃기는 소리다. 차라리 갈비찜이나 불고기 같이 사람들에게 익숙한 간장소스를 기반으로 한 요리들을 발전시키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먼저 구미를 당기게 하고 원하는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유로, 우리는 급하게 경로를 변경했다. 비엔나에서 한식당을 하고 있는 유명한 셰프의 레스토랑이 휴가라는 소식을 들어서 이다. 원래는 부다페스트에서 비엔나 그리고 잘츠부르크로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레스토랑이 휴가를 즐기는 동안 다른 곳을 둘러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자그레브를 경유해 잘츠부르크로 넘어간 후 오픈일에 맞춰 비엔나로 가기로 했다. 평범한 한식당이 아닌, 현지화에 성공한 식당이라고 하니 안 가볼 수 없다. 이렇게 까지 일정을 변경한 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는 식당이었으면 하른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