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포동 술쟁이 Sep 05. 2017

Day 67. 아우구스티너 브로이 하우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날씨운을 동남아에서 다 써버렸나 보다.

우리는 결국 할슈타트를 포기해야 했다.

누라는 좋은 날씨가 아니면 잘츠부르크는 아무 의미 없다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난 아니었다.


내가 잘츠부르크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아우구스티너 브로이 하우스'니까. 성 아우구스티너 수도원 안에 위치한 이곳은 말 그대로 수도원 맥주다. 17세기부터 전통적인 방식으로 직접 만드는 맥주는 오크통에 보관하여 판매된다. 안 가볼 수 없었다.


맥주 말고도 밥이 될 만한 안줏거리를 판매하기에 저녁을 먹자고 누라를 꼬셔서 갔다.


이곳의 시스템은 좀 독특하다. 때문에 이용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좀 당황스러울 수 있다. 펍에 들어서면 먼저 0.5L, 1.0L 등 자신이 원하는 크기의 도자기 맥주잔을 고른 후 수돗물에 씻는다. 씻은 맥주잔을 가지고 계산대로 가서 계산하고 영수증을 받는다. 이제 이 영수증을 가지고 맥주 따라주는 분에게 가면 맥주를 가득 채워 준다. 이후 맥주를 가지고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먹으면 되는데, 이때 안주를 직접 준비해와도 상관없다. 안주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2층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안주를 구입해서 먹을 수 있다.



우리는 슈니첼과 감자튀김 그리고 프레즐을 샀다.

나는 1.0L 누라는 0.5L에 맥주를 받아왔다.

안주 준비 완료. 맥주 준비 완료. 이제 시음!


이런 도자기 잔에 따라준다.


꿀꺽…

꿀꺽..

꿀꺽.


끄아아아악아아아!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한 번에 맥주잔 반을 비웠다. 이 순간을 위해 물도 안 마시고 버텼다. 가뭄이 든 흙밭에 물이 스며들 듯 내 몸이 맥주를 빨아들였다. 그야말로 꿀맛!


금세 잔을 비운 나는 한 잔 더 받아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들끼리 혹은 연인들끼리 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어떤 노신사분은 혼자서 맥주를 즐기고 계셨다.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눈이 마주치면 잔을 들어 건배를 하고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모두 아우구스티너를 즐겼다.


어느덧 해가 지고 밤이 되었지만 브로이 하우스의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난 조용히 세 번째 잔을 받아왔다. 


맛있는 맥주와 음식 그리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오늘의 잘츠부르크는 알딸딸하게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Day 66. 힘을 내라 날씨의 요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